미술관 앞에서

장-레옹 제롬 : 두 제왕

타라 2010. 3. 11. 20:37
이 땅에 존재하는 들짐승의 제왕인 사자가 하늘의 제왕인 태양을 바라보는 장면- 장 레옹 제롬이 그린 맹수들과 관련한 작품들 중 정말 좋아하는 그림이다. 

영웅전 같은 걸 읽어보면, 폭풍같은 기상을 지니고 다양한 업적을 남긴 용맹한 영웅들의 말년에선 뭔가 허무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풍겨져 올 때가 많았었다. 위엄 있는 자리이지만, 어디에서건 왕의 자리는 무척 고독한 자리가 아닐까..? 


육중하면서도 날렵한 움직임으로 세상 구석 구석을 누비고 다니던 '고독한 맹수의 제왕'이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잔잔히 떠 있는 '하늘의 황제'와 대면하는 이 모습에선, 경건함과 더불어 왠지 모를 처연함이 느껴진다.

장-레옹 제롬(Jean-Leon Gerome) : 19세기 프랑스의 고전주의 화가. 아카데미 출신의 화가인 그는 살아 생전에 예술가로서 무척 안정적인 삶을 누렸다고 한다. 

장 레옹 제롬은 '배심원 앞의 프리네', '노예 시장',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라'와 같은 유명 작품을 남겼으며 터키, 이집트 등을 여행한 이후론 아라비안 풍경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리기도 했다. 당시의 그는 아마, 서양의 정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동양의 신비로운 문화에 매료되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