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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철웅이 벌이는 잔인한 행각의 동기는?

타라 2010. 2. 19. 16:07
총 24부 중 14회까지 방영된 <추노> 이번 주 내용에서 '최장군(한정수)과 왕손이(김지석)의 생사 여부'에 관련하여 갖가지 추측과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금주 방영분에 대해서 아주 유감이다. 오프라인 반응을 살피기 위해 이 드라마를 보는 지인들에게 그것과 관련한 내용을 이야기하니 '드라마 <추노>에서 쟤네들(왕손, 장군) 안 나오면 무슨 재미로 보나~?' 이런 반응들이다.


이 극과 관련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왕손이와 최장군이 죽었을 수도 있고, 안 죽고 살아 있다가 극 후반에 다시 나올 수도 있다는데.. 설사 살아 있다고 해도, 극 후반부에나 나온다면 여전히 유감이다. 24부작이면 아직 분량이 많이 남아 있건만, 장군과 왕손이 그렇게 빨리 변을 당할 줄 모르고 이 드라마를 봤던 입장에서 그들의 갑작스런 하차설은 무척 당황스럽다.


살인마 웅 : 태하의 칼을 맞은 이후 '무력 레벨 업' 된 철웅, 피도 눈물도 없이..

도망 노비를 쫓는 추노꾼 3인방 중 둘이 빠져나간 '추노'는 어쩐지 앙코 없는 찐빵처럼 허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대길이 '삼총사'를 다시 돌려 달라~) 이게 다, 극 중에서 요상한 연쇄 살인마로 변신한 철웅이 때문일까..? 아직 많은 분량이 남아 있는 이 드라마 속에서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지금까지 방영된 내용'만으로 파악했을 땐 철웅의 그 행동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극 안에서, 최근의 철웅(이종혁)은 자기보다 무공이 뛰어난 송태하(오지호)에 대한 개인적인 열등감과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장인 좌상 대감(김응수)의 일로 열폭해서 미친듯이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섬과의 맞짱에서 버벅거리다가, 본좌급 송태하의 칼을 맞고 난 이후
미친듯이 무력 급상승하여 '살인마 웅'으로 변신한 황철웅. but 천지호가 항상 노리고 있다.


살생을 일삼는 살인마에게도 나름의 원칙과 철학(?)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 속에 나오는 최근의 황철웅은 피도 눈물도 없는 '무지막지한 살인마'이다. 개인적으로, <추노> 14회를 보면서 좀 놀랐던 장면이 있었다. 태하(오지호) 무리들이 기거하는 서원 근처에서 철웅(이종혁)에게 딱 걸린 왕손이(김지석)가 철웅과의 싸움에서 밀리자 극을 보는 입장에서 '왕손아, 힘 싸움에서 밀린다 싶으면 삼십육계 줄행랑이 정답이다~' 하고 나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외쳤다. 그런데.. 곧이어 그 정답대로 극 중 왕손이는 철웅을 피해 지붕 위로 도망을 가는 것이었다.


가족을 죽인 원수 등 개인적으로 크게 원한 관계가 있거나, 꼭 살해를 해야 하는 직접적인 목적이 있는 이가 아니라면 '
(싸움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도망가는 사람'을 굳이 쫓아가서 죽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드라마 속 철웅(이종혁)은 '도망치는 왕손이(김지석)를 끝까지 쫓아가서 해꼬지'하는 독특한 캐릭터였고, 그 모습을 보니 무자비한 살인마 치고도 어쩐지 그가 '격이 좀 떨어지는 살인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곤 이 극 속의 황철웅이 굳이 '생전 처음 보는 왕손이란 애'를 그렇게 집요하게, 악착같이 쫓아가서 해할 필요는 있었나 싶은 아리쏭한 마음이 들었다. 철웅이 마지막으로 왕손이를 베면서 "누구의 명을 받았느냐? 말 안하면 죽는다~"라고 말했었는데, 그 때도 난 '아니~ 말 안했다고 죽이는 게 어딨어..? 것두, 방금 처음 만난 사람을~! 그리고, 정확하게는 아니더라도 왕손이가 어명이라고 대충 말 했잖아~ 철웅이 쟤는 뭐, 취미로 사람을 죽이나..?' 싶은 황당한 기분을 느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다짜고짜 힘 약한 어린 양을 해한 철웅 행동의 이데올로기적 근거는?

황철웅(이종혁)이 도망가는 왕손이(김지석)를 꾸역꾸역 잡아서 해꼬지 하고, 그를 통해 최장군(한정수)을 유인해서 또 해하고.. 자신이 한 그 행동을 송태하(오지호)가 한 짓처럼 꾸며서 '대길(장혁)의 오해와 분노를 유발'하고, 그로 인해 대길이가 또 다른 일에 휘말리게 되고.. 식의 '연결 고리' 사건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극 밖에서 바라보는 그 연결 고리 이전에 <단순히 자신과 같이 태하의 은신처를 기웃거렸단 이유만으로 무력이 그리 강하지 않은 어린 왕손이를 끝까지 잡아서 처치한 극 안에서 애초의 철웅의 행동 & 그 행동에 관한 구체적인 동기>는 지난 회를 통해 다소 납득하기 힘들게 처리되지 않았나 싶다.


나중에 유인 작전을 통해 자신이 해한 왕손이(김지석)가 '전에 만난 적 있는 장군(한정수)'과 한 패거리란 사실을 알게 되긴 했지만, 그 이전에 철웅(이종혁)이 '처음 만난 왕손이'를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쫓아가서 칼질했던 그 이데올로기적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심하게 궁금할 따름이다.

<추노> 14회에서, 사전에 개인적인 원한 관계나 정치적인 이해 관계도 전혀 없었으면서 철웅이 '도망가는 어린 양 왕손이'를 굳이 끝까지 쫓아가 잡아 족친 이유는?

1)그냥..
2)철웅인 원래 그런 애라서~
3)왕손이가 자기보다 귀엽게 생긴 게 기분 나빠서..
4)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혹시 그런 왕손이를 털면 뭐라도 나올까봐~
5)가뜩이나 마음 둘 곳 없는 철웅이가 요즘 좀 심심해서, '특별 이벤트'로..(왕손이 지닌 폭죽을 발견한 철웅은 시청자들에게 현란한 '불꽃쇼'를 선사하기 위해 그랬다?)

철웅(이종혁)이 이번에 한 그 행동으로 인해 대길(장혁)이 송태하(오지호)를 오해하게 되고, 그를 쫓는 걸 그만 두려 했다가 다시 쫓게 된다는데.. 그렇다 해도, 철웅의 저 행동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왜냐하면, 최근에 그 일을 벌인 철웅은 '대길이가 첫사랑 언년이와의 사연을 통해 태하를 쫓는 것을 포기하려 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왕손이를 우연히 처음 만난 황철웅은 애초에 그가 대길 일당인지, 추노꾼인지.. 몰랐던 상황이기도 했다.

설사 처음 만난 그(왕손이)가 태하를 쫓는 추노꾼이고, 장군 & 대길이도 같은 파인 걸 알았다 해도, 자신과 같은 처지인 '(원래대로라면) 안 그래도 태하를 잡아 들이려 했던 대길'을 굳이 철웅이 나서서 태하와 이간질까지 해가며 그런 대길을 더더욱 열폭하게 만들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납득할 만한 사연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내용만으로 봤을 땐 '처음 만난 왕손이를 악착같이 쫓아가서 해한 철웅'의 행동에 대해, 그 구체적인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그저 알쏭달쏭할 따름이다..

[ 그 외, 드라마 <추노>에 나온 소소한 인물 열전~ ]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원손 마마의 '뿌~' 시리즈

하늘의 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은 막강 권력을 자랑하는 좌상 대감, but
'중간 보스' 좌상 대감도 '최종 보스'인 주상 앞에선 비굴해질 수밖에 없다..

[ 장신의 몸짱 '최장군'을 연모하는 두 여인네 ] 큰 주모 : "에, 탔어..?"
작은 주모 : "한 동이에 두 바가지 밖에 안 탔는데..."(파는 술에다 물을~?)
큰 주모 : "그럼 못써. 한 바가지만 타야지~" (어차피 물 타긴 마찬가지..;;)


드라마 <추노>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은 유난히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것이 정당 방위라든가.. 서로 철천지 원수가 졌다거나.. 정황 상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 죽여야 하는 상황이 아님에도 그런 과한 설정들이 자주 나온다는 느낌이다. 앞으로라도 '극의 세부적인 설정 안에서 불필요한 줄초상'은 줄인다면, 훨씬 좋은 드라마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