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시청자들에겐 불친절했던 2009 'MBC 연기 대상'

타라 2009. 12. 31. 15:17

한 때는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간직하고 있었으나, 언젠가부터 연말 <MBC 연기 대상>은 다른 방송사 시상식에 비해 조촐하다는 느낌을 많이 안겨주곤 했다. 일단 분야별 상의 갯수 자체가 타 방송사의 그것에 비해 적은 편이고 '테이블 숫자'나 '참석자 수' 역시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런 걸 다 감안하고 보더라도, 이번 2009' <MBC 연기 대상>은 그 내용(알맹이) 면에서 뭔가 '한 35%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해 그 방송사 관련 일을 한 연기자나 성우, 작가, 기타 방송인들에게 상을 부여하는 등 연말 <연기 대상> 자체는 원래 '특정 연예인의 가족'이거나 '유별난 팬'이 아닌 이상은 <그들만의 잔치>에 속하는 행사이다. 같은 분야에서 일한 그들이 자기네들끼리 공치사를 하며 즐기는 축제의 자리인... 하지만 그런 행사가 '비공개 시상식'이 아닌 '지상파 방송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가 되면, 그 성격이 좀 달라져야 한다. 1년 동안 그 방송사의 특정 드라마(수상자들이 참여한 드라마)를 열심히 봐 준 일반 시청자들을 향한 최소한의 '애프터 서비스' 정도는 있어 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2009년 <MBC 연기 대상>엔 그런 부분이 빠져 있어서, 보면서도 많이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었는데, 이번 년도의 <MBC 연기 대상>에선 당해 사랑 받았던 드라마들에 대한 최소한의 작품 설명, 명장면, 하이라이트 편집본 등이 전혀 등장하지 않은.. 말 그대로 '시상을 하거나, 소수의 상을 나눠 갖기 위해 참석한 소수 정예의 수상자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무미건조하게 상만 받다가 끝난 시상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상 주고, 상 받고~' 하는 장면만을 나열하는 시상식이라면 굳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그 행사를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말'로만 감사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애프터 서비스'가 될 만한 '연말 시상식 프로그램 상의 내용물'로써 감사한 마음을 전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번 <MBC 연기 대상>에서 사회자(이휘재)가 특정 수상자들에게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되도록이면 수상 소감을 길게 말하라~"고 하는 대목이 여러 번 발견되었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번번히 의아했었는데, 그렇게 시간이 남아 돌면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았던 2009' MBC 드라마들에 대한 최소한의 '유명 장면 편집 영상'을 보여 주던가, 아님 '축하 공연'을 한 타임 더 하는 게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남의 잔치를 굳이 시간 들여서 봐 주고 있는 일반 시청자들'을 향한 기본적인 예의에 속하는 것이고, 해당 방송사의 성의 문제라 생각한다. '비공개 시상식'이 아닌, 온 시청자들을 향한 '공개 시상식'이라면 쇼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는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2009년 MBC 연기 대상> 시상식은 시청자들을 위한 그런 최소한의 성의도 없었을 뿐더러, 수상자 후보들과 관련하여 짧게 보여주는 참고 영상(해당 후보들에 대한 자료 화면) 역시 너무 엉성해 보인 시상식이었다.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한 연기자들이 그 드라마 내에서 '눈에 띄게 연기를 잘한 장면, 더 감탄하게 만들었던 장면'도 분명 있었는데, 그런 것과는 무관하게 그냥 아무 영상이나 갖다 붙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마지막에 대상을 받은 고현정의 경우에도, 대상 치고는 좀 짧을지 몰라도 그만 하면 그리 성의 없거나 짧은 수상 멘트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계속 수상 소감을 더 길게 말하란 요청을 받았다. 끝나는 시간을 맞춰야 하는 사회자(이휘재, 박예진) 입장에선 당연한 제스추어였던 것 같고, 수상자(고현정) 입장에선 좀 당황스러울 수 있는 풍경이었으며, '우왕좌왕 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마지막까지 행사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은 장면이었다. 

그 모든 게 '행사의 내용물을 충분히 짜임새 있게 구성하지 못해서 시간이 남아돈 탓'이다. 만일 방송 시간이 빠듯했거나, 이 시상식의 내용물이 알차서 시간을 제 때 맞췄으면 너저분하게 긴 것보다 나을 수 있는 대상 수상자(고현정)의 그 적정 분량의 소감으로 깔끔하게 수상 멘트 하고 끝났을 것이다.

이야기가 삼깐 삼천포로 새서.. 멘트를 더 하란 그 타이밍에 고현정이 약간의 순발력을 발휘해서 같은 드라마 내에서 고생했던 앞에 앉아 있는 후배들을 거론하던가.. 아님 시상자로 참석했지만 수상은 하지 못한 파트너 전노민, 오랜 기간 동안 같이 호흡을 맞춰 온 미실파 사람들 '독고영재, 정웅인, 김정현..' 등의 이름이라도 불러 주면서 다들 수고했다는 멘트를 해 줬으면 시간 남아 돌아서 '수상 멘트 더 길게~'를 외쳤던 MC도 덜 뻘쭘하고, 시상식의 마지막 장면이 훨씬 더 훈훈했을 것 같다.

<선덕 여왕>은 극의 중심을 탄탄하게 받쳐 주었던 눈에 띄지 않는 '훌륭한 연기력의 조연 배우들'이 참 많이 존재했던 드라마이다. 헌데, 나름 히트 드라마였음에도 그들은 시상식에 초대 받지조차 못했고 이번에 큰 상을 받은 고현정, 이요원, 엄태웅 등이 딱히 그런 사람들을 따로 챙기지도 않아서.. 극을 열심히 봐 온 이의 입장에서, 조연급 배우들이 보여준 그 노고에 대한 것도 살짝 챙겨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촬영하기에 정말 힘든 드라마였고, 주연급 배우들도 나름 고생들을 한 건 알겠지만, 실컷 고생하고 연기 잘 하고서도 상을 못 받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까지 다 모여 고생해서 '공동 작업'한 덕분에 그나마 봐줄 만한 '스케일 큰 드라마'가 나왔고, 덤으로 작품을 대표하는 이들로서 좋은 상까지 받았으면 '빈말'이라도 '함께 고생한 동료들'을 좀 챙겨주는 게 예의가 아닐까 한다..

2009' <MBC 연기 대상>은 전반적으로, 행사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향한 배려가 너무 없었던 시상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껏 꾸미고 나온 수상자들을 보며 눈요기를 하기 위해 그 행사를 지켜보는 이들도 물론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그 해 열심히 시청했던 TV 드라마에 대한 '여운'을 조금이라도 더 느껴보기 위해 연말 <연기 대상>을 지켜보는 이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이번 <MBC 연기 대상> 시상식에서 매번 '시간이 남아 돌아(?)' 수상자들이 억지로 멘트를 더 길게 말해야 했던 그 타이밍에, 마음만 먹으면 이 행사를 더 알차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요소를 충분히 집어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하다 못해, 그 기회를 이용해 내년에 하는 자사 드라마를 대놓고 '홍보' 해도 충분히 눈 감아줄 수 있었다~)

비록 시청자 투표로 진행되었으나, 이번 <MBC 연기 대상>이 각 <인기상> 후보들의 '재기발랄한 연기 모습'을 맛뵈기 영상으로 보여 준다던가.. <베스트 커플상> 후보들이 왜 그 부문의 후보에 올랐는지를 설명해 주는 '극 중 커플 연기 장면'을 보여 준다던가.. 연기 부문에서 큰 상을 받은 수상자들이 그 드라마 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쳐 보였던 장면을 '짧은 대사 한 줄'이 아닌, 비교적 '여러 장면'을 영양가 있게 편집해서 보여 주었다면..?

또한 2009년에 MBC에서 사랑 받았던 드라마 속 내용을 3~4편이라도 짧게 요약/정리해서 편집본으로 보여주는 성의를 보였다면, 이번 시상식이 '수상하는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한 해 동안 이 방송사의 드라마를 열심히 봐 온 시청자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09' <MBC 연기 대상>은 '뭔가가 빠진 듯한 그 내용 면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내년 2010년엔 올해보다 훨씬 풍성하고 영양가 있는 MBC 드라마 시상식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