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노희경, 임성한? 일일극 '인어 아가씨'와 아리영의 추억

타라 2009. 9. 11. 18:17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주로 많이 보는 8시 반 일일 연속극 타임은 원래 내가 선호하는 시간대가 아닌데, 한 때 그 시간대 일일극을 굉장히 열심히 보던 때가 있었다. 

제목 그대로, 인어가 (아줌마 아닌) '아가씨'였을 때만 열심히 시청했던 드라마


이런 저런 논란이 있는 임성한 작가의 <인어 아가씨>란 드라마였으며, 그 즈음 <상도>와 더불어 가장 열심히 챙겨보던 극이었다. 
허나 <인어 아가씨>의 경우엔 흥행에 힙입어 그 뒤로 몇 개월 연장 방송을 했고, 난 그 드라마가 연장되어 나온 분량은 거의 보지 않았다. 


<인어 아가씨>의 1부 스토리라 할 수 있는 '아리영(장서희)주왕(김성택→김성민)이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게 되는..' 딱 그 이야기까지만 시청하고, 그 뒤론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을 끊어 버렸다.

임성한 작가의 전작 <보고 또 보고> 때에도 '등장 인물들이 겹사돈 맺고 주인공이 결혼'하는 그 이야기까지는 재미있었는데, 그 후 연장 방영분에서 나온 '은주(김지수)의 시집살이 이야기'는 내 기준에선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졌으므로... <인어 아가씨>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 판단되었다.

'그 드라마가 그 드라마~' 같던 한국에도 이런 독특한 분위기를 낼 줄 아는 작가가?

내가 '임성한'이란 이름 석 자를 알게 된 것은 MBC 일일 연속극 <보고 또 보고>가 방영될 당시였다. 머리털 나고, TV 드라마 속 한 장면을 보면서 그걸 쓴 '작가 이름이 무척 궁금했던 적'이 딱 2번 있었는데.. 그 한 번이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이 방영될 당시 '유호정과 이성재가 같이 오랜 대사를 치던 한 장면'에서였고, 또 다른 한 번이 임성한 작가의 <보고 또 보고> 방영 당시 '김지수와 정보석이 함께 나오던 특정 장면'이었다.

그 때 당시 그 작가들 이름이 왜 궁금했냐 하면, 해당 장면 안에 나온 설정이나 대사 같은 데에서 기존의 무수한 한국 TV 드라마에선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독특함' 같은 게 묻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그 때 당시만 해도, 우리 나라의 수많은 드라마들 '주말 연속극'은 주말 연속극대로, 트렌디 풍의 '미니 시리즈'는 미니 시리즈대로,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등장 인물만 바꿔서 무한 반복하는 8시 반 타임대 일일 연속극'은 일일 연속극대로 죄다 '닮은꼴'처럼 비슷비슷하기만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치듯 우연히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 속 한 장면을 본 나는 기존의 드라마와는 너무도 다른 특이한 분위기의 대사풍에 '저걸 쓴 드라마 작가는 누굴까..?' 궁금해졌고, 임성한 작가의 일일극 <보고 또 보고> 속 한 장면을 또 우연히 보게 되면서, 이전의 일일극과는 너무도 다른 그 독특함에 또 '어? 난 이런 분위기를 풍기는 일일 연속극은 정말이지 처음인데, 일일극을 이렇게 색다른 맛으로 풀어내는 드라마 작가는 누굴까..?'란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시청률은 잘 안 나오지만, 매니아 드라마 작가라 일컬어지며 수많은 드라마팬의 칭송을 받고 있는 노희경 작가 & 하는 드라마마다 시청률 면에선 그럭저럭 성공하지만, 막장 드라마 작가의 비난과 논란 속에 팬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안티들도 보유하고 있는 임성한 작가.. 왠지 극과 극인 것 같은 드라마 작가들이지만, 그들의 초창기 드라마에선 분명 기존의 무수한 한국 드라마 작가들이 쓴 내용들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그녀들만의 '독특함/유일무이함/독창성' 같은 게 존재했던 건 사실이다.

그 때 당시엔 파격적, 지금으로선 전혀 안 파격적인 소재~

당시엔 <보고 또 보고>의 '겹사돈' 소재가 좀 파격적이긴 했지만, 그 이후론 툭 하면 우리 나라 드라마에 '겹사돈' 소재가 나오고 있어 지금으로선 좀 평범한 소재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요즘에 하는 <선덕 여왕> <천추태후> 등 삼국 시대/고려 시대 가계도를 보면 친척끼리 그렇고 그런 관계에, 삼촌과 조카가 결혼하고.. 서양의 고대, 중세 시대에도 직계 가족이나 친가족끼리도 많이 결혼했던 걸 보면 '겹사돈' 정도는 뚜렷한 파격에도 속하지 못하는 듯하다.(ex :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남동생' 하고도 결혼~)

사실.. 임성한 작가의 첫 일일 연속극 <보고 또 보고>는 임성한 드라마 치고는 그나마 점잖은(?) 드라마에 속했다. 임성한 작가에게 본격적인 안티 시청자가 생겨난 것은 <보고 또 보고>, <온달 왕자들> 이후에 나왔던 <인어 아가씨>가 연장 방송에 접어 들면서부터였다. 본격적인 임성한 안티 카페가 출몰한 것이 임성한의 '요리 강좌'가 이어지던 <인어 아가씨> 2부, '아리영의 시집살이 편'이었으니..(그 때 <인어 아가씨>란 드라마를 '연장'만 안했어도, 그렇게 논란에 휩싸이진 않았을 것 같다.)

고대/중세/근세 시대 뿐 아니라, 현대의 몇 십년 전 시대물이라도 일단 '시대물'을 좋아했던 나는 <인어 아가씨> 방영 당시 몇십 년 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한 정성희 작가의 <당신 옆이 좋아(하희라, 이재룡, 정혜영, 권해효 등 출연)>란 드라마가 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아 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시간대에 통화를 했던 지인이 "요즘 하는 일일 연속극 중에 <인어 아가씨>가 더 재미있는데.. 그거, 요즘 인기 많아~" 하면서 추천해 주길래 보게 되었다.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나이 든 여배우'와 '사심 들어간 드라마 작가'의 말빨 배틀~


그리곤, 바로 빠져들게 되었다. 일단 <인어 아가씨> 여주인공으로 나온 장서희가 이 드라마에선 너무 예쁘게 나왔고, 극 중에서 '배우'로 나온 한혜숙도 무척 아름다운 데다가 심수정(한혜숙)의 옷 입는 스타일도 굉장히 세련되어 보여서 눈이 즐거운 드라마였다. 그 외.. 기타 등등 아리영 친구(전미선)와 다른 여배우들도 나름대로 예뻤으며, 스토리도 일일 연속극 치고는 꽤 흥미진진했다.


기존의 일일 연속극과는 너무 다르게, 예쁜 여주인공 아리영(장서희)이 '살사 댄스'도 추고 '드럼'도 치고 해서.. 부가적인 재미도 있었던 드라마였다. <인어 아가씨>는 '미니 시리즈 같은 일일 연속극'이었다고나 할까- 극 안에 나오는 설정들이 좀 과하긴 하지만, 아리영(장서희)과 심수정(한혜숙)이 맞붙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들이 꽤 쫄깃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해당 드라마의 기본 컨셉 자체가 '엄마와 동생과 자기 자신을 불행에 빠뜨린 불륜녀(한혜숙)와 아빠(박근형)에 대한 여주인공(장서희)의 독기 품은 복수극'이었기에, 다소 과한 설정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배우이면서 대본에 나온 '아줌마형 뽀글 머리 파마 가발' 쓰기 싫어하던 심수정(한혜숙)이 그 '파마 머리 문제'로 작가인 아리영(장서희)과 싸우는 씬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부분에서 매우 긴 대사를 씹지도 않고 또박또박 뱉어내던 장서희의 폭발적인 연기가 참 압권이었는데, 은아 작가(장서희)가 심수정(한혜숙)을 향해 "밤 새워 피고름으로 쓴 대본 엇다 던져요~" "
그렇게 이쁘구 우아하고 싶으면 차려입구 안방에나 들어 앉았지, 왜 나왔나 몰라~" "연기자면 이름값을 해야죠! 이게 무슨 행패구, 쌩쇼야~" 뭐, 이런 대사들은 은근히 기억에 남는다. 현실 속에서도.. 그저 자신이 '톱스타'랍시고 편하고 뽀대 나는 좋은 것만 다 할려고 하고, 도무지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그런 배우는 개인적으로 딱 싫어하기 때문에, 그 때 당시 아리영의 그런 대사가 참 시원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 : 과도한 연장 방송의 폐해

또한.. 아리영이 복수를 위해 의도적으로 불륜녀 딸(자기 이복 동생)의 애인(주왕)을 빼앗는 거지만, 원래 연인 사이였던 아리영 동생 예영(우희진)과 주왕(김성민)은 겉보기에 '큰 오빠-막내 여동생' 사이처럼 보인데다가, 중간 중간의 에피소드에서 '아리영의 아픔' 같은 게 잘 묘사되었고 둘 사이의 비주얼적인 어울림도 좋았던지라, 보는 이로 하여금 은근히 <아리영(장서희)-주왕이(김성민) 커플>이 잘 되길 바라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였다. 거기에 더하여, 아는 동생(한혜숙)한테 남편(박근형) 빼앗기고 눈까지 먼 아리영 엄마(정영숙)는 볼 때마다 불쌍했으며, 겉으론 틱틱거려도 엄마를 무척 위하는 아리영(장서희)의 효심 또한 짠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인어 아가씨>는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를 깨닫게 해 준 드라마이기도 하다. 시청률 잘 나온다고 무리하게 연장을 할 게 아니라, 아리영이 복수 끝내고 주왕이랑 행복하게 결혼하고 양 가족들이 대충 화해하면서 마무리 했어야 했다.


기존에 방영된 우리 나라 드라마들에서 극 중 '드라마 작가'로 나온 캐릭터들 중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드라마 작가 캐릭터=아리영=특히 눈이 유난히 크고 예쁜 장서희'가 이 극의 초반에 지혜와 강단을 발휘하며 뽀글 머리 파마 가발 쓰기 싫어하는 우아한 여배우이자 자기 아버지를 뺏어간 불륜녀 심수정(한혜숙)에게 나름의 '복수극'을 펼쳐 나가는 대목은 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치만, 그 후 이 드라마가 연장 방송을 결정하고 <인어 아가씨> 2부(아리영의 결혼 생활)로 접어들면서 극은 극도로 평범해지기 시작했다. 그 <인어 아가씨> 2부 이야기가 펼쳐진 뒤론, 가끔 시간 나면 한 번씩 볼 때도 있긴 했으나 고정적으로 챙겨보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어 아가씨>를 보고 열 받은 지인이 이 드라마에 대한 욕을 한 바가지로 늘어 놓았다. 그리곤 '드라마 작가 임성한의 안티 카페'가 생성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2가지 유형 시청자 : '욕 안하고 안 보는 시청자'와 '욕 하면서 보는 심리를 지닌 시청자'

보다가 맘에 안 들면 그 날로 해당 드라마 시청하기를 멈추는 등 <안 보고, 열 안 받는 내 입장>에선 굳이 <열 받아 가면서까지 그 드라마를 계속 시청하는 상대방>이 이해되지 않아서 "그럼.. 너도 나처럼, 이제 그만 보면 되잖아..?" 라고 했더니, 그녀는 내게 "이제까지 본 것도 있고,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끝이 궁금해서 계속 본다~"고 했다. 그 때 난 처음 알았다- 흔히 말하는, 사람들이 '욕 하면서 보는 심리란 바로 그런 거구나~' 라는 것을...


그 때 당시.. 측근이 하도 요즘 <인어 아가씨> 이야기가 너무 이상하다고 해서 다시 한 번 봤는데, 내가 본 날은 좀 멀쩡(?)한 이야기가 펼쳐졌던 탓에 나는 임성한 작가가 그 드라마를 통해 어떤 기괴한 설정을 썼는지 구체적으론 잘 모른다. 그 막장 에피소드의 장면을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게 아니니...

개인적으로 임성한 작가의 <보고 또 보고> <인어 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등과 같은 드라마를 좀 보긴 했으나, 번번히 전체 분량 중에서 '본 회차'보다 '안 본
회차'가 더 많기도 했었다.(그런데, 이런 류의 '일일극/주말극'은 중간에 뭘 빼 먹고 봐도 전체 스토리 파악하는 데 별 지장이 없기 때문에 '빼먹은 회차'가 더 많아도 극 자체를 즐기는 데는 별 무리가 없는 편이다..)

피할 수 없는 욕이면 즐겨라? : 그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맞불 작전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알겠다. 최근 들어, 막장 드라마의 대모라도 되는 양 칭해지고 있는 임성한 작가에게 그런 '막장 드라마 작가의 타이틀'을 안겨주고 '대량 안티를 양산'하게 만든 결정적 원인(or 결과물)은 분명 <인어 아가씨> '연장 방송'에 있었다는 것을- 내가 직접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인어 아가씨> 연장 방송 때 '구체적인 사건'은 없이 잦은 아리영의 '요리 강좌'가 이어졌고, 그 때 딸기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 등도 나와서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분노하거나 황당해 했다는 얘기는 전해들은 바 있다.


그 뒤로 임성한 작가는 <하늘이시여>와 <아현동 마님> 때는 한술 더 떠서 대놓고 '꿈쇼, 사극쇼'를 벌이고.. 잘 나오던 등장 인물을 갑자기 보는 이로 하여금 '헉~' 소리 나게끔 급작스럽게 죽여 버리는 '황당 설정'으로, 종종 자신의 드라마를 통해 '엽기적인 깜짝 퍼포먼스'를 선보인 걸로 알고 있다. 수많은 안티팬이 양산된 맨 처음 시작은 <인어 아가씨> 연장 방송이 맞는데, 그 뒤로 임작가는 그 막장 작가 타이틀에 부합하게끔 더 '과감한 설정'으로 맞불 작전을 펼친 것이다.(혹시.. 해당 작가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이는 아닌지..? ;;)

이번에 새로 시작한 임성한 드라마 <보석 비빔밥>은 아직까지는 비교적 정상적(?)인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전작 설정으로 봤을 때, 언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서 좀 긴장되기도 한다.

과도하게 질질 끌지 않고, 적당한 때 떠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미덕 아닐까?


설정이 좀 과하긴 했어도 임성한 작가의 <인어 아가씨> 1부에 나왔던 그런 '미니 시리즈+주말 연속극'적인 성격이 결합된 '통속극적 퓨전 일일 연속극'의 분위기는 꽤 좋았던 것 같다. 크나큰 '극적인 재미'도 있었다. 임성한 작가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런 저런 논란이 있었던 드라마 작가인데, 그녀가 쓴 드라마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하게 본 드라마는 긴 반머리 스타일이 너무도 잘 어울렸던 눈 큰 아리영(장서희)이 나왔던 <인어 아가씨>로 기억된다.


그것두 '아리영의 결혼 후' 얘기가 펼쳐지기 전, 아리영(인어=아리엘)이 '아가씨'였을 때까지만~(몇 번 본 적도 없긴 하지만, '아줌마가 된 새댁 아리영의 요리 강좌 이야기'는 별로 기억하고 싶지가 않다.)

어떤 드라마든, 인기 있다고 무리하게 연장을 하면 그런 식의 폐해가 생겨나기도 하는 것일까..? '무리한 연장'에, '무리한 설정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건 어찌 보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적당한 시점에서,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는 말은 진정 진리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