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어떻게 늙어가야 잘(?) 늙어가는 것일까?

타라 2008. 4. 29. 19:37
<청춘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는 사무엘 울만이 했던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사람들은 그 '청춘'이란 것을 너무 '외형적'으로 '정형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웹의 바다를 떠돌아 다니다가 예전에 많이 보아왔던 풍경을 또다시 발견하게 되었는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인이었고 지금은 40대가 되어버린 어느 여배우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었다. 그 여배우의 최근 모습 사진을 올려 놓구서.. 한 쪽에선 '여전히 예쁘다. 관리 잘한 것 같다. 부럽다~'는 반응, 또 다른 한 쪽에선 '나이에 맞게 늙어가야지, 너무 어려 보이려고 해서 추하다. 부담스럽다~'는 반응..


뭐.. 내눈엔 그 여배우, 이쁘기만 하던데(원래부터도.. 어린 시절부터 굉장한 미모였고 말이다.) 어려 보이고 예쁜 것도 죈가 싶었다. 그리고, '우리 나라 사람들은 쓸데없이 남의 인생에 관심이 많고, 남 잘되는 것 배 아파하고..' 그런 심리도 조금은 작용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렀는데, 그게 나만의 오버는 아니겠지? 왜냐 하면.. 난 그런 게 잘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가.. '20대에 맞는 외모, 30대에 어울리는 외모, 40대에 걸맞는 외모'란 어떤 것이란 말인지..? 그게 헌법에 나와 있나? 40대 여성들은 무조건 머리 짧게 자르고, 뽀글 머리 아줌마 퍼머하고, 최대한 중년스러운 노티 나는 스타일로 옷을 입어야 되고.. 그렇게 안하면 미풍양속에 어긋난다는 정해진 규칙이나 사회적 합의 같은 거라도 있는 거냔 말이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어려 보이건, 노티 나건 본인 스타일에 맞게 자기 '취향'대로 하고 다니면 되는 것 아닌가- 더더군다나 그 갑론을박 현장의 여성은 우리 나라에서 손꼽히는 미모의 여배우이다. 오래 전, 그 여배우를 TV에서 처음 봤을 때 '아니! 세상에 저렇게 예쁜 여자가-' 하며 놀랐던 기억도 나는데.. 굳이 그 여배우 뿐만이 아니라, 젊은 시절에 엄청 예뻤던 여자들이 조금씩 나이 들어가고 점점 늙어가는 걸 보는 게 난 좀 안타깝던데... 본인들 심정은 얼마나 더 안타까울까? 그래서 나름 젊은 미모 유지할려고 피나게 노력하고 관리하는 것 같던데... 꼭 그런 걸 안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게 좋다느니, 나이 들어 주름이 없으면 이상하다느니, 추해 보인다느니, 안 늙을려고 발악을 한다느니...

그런데, 더 웃기는 건... 한 때 '한 미모'하던 배우가 한 동안 안 나오다가 엄청 노화된 모습으로 나타나면 사람들은 또 이렇게 씹는다는 거다. '저 배우도 이제 한 물 갔구나. 안 본 사이에 너무 늙었다.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나? 도무지가.. 배우란 사람이 관리를 안하는가 보다' 라고 말이다.. 도대체가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할지- 나이 든 배우가 젊은 미모 유지할려고 나름 돈과 시간적, 육체적 노력을 들여 피 터지게 관리해서 나오면 '어려 보이기 위해 발악을 한다'며 씹고, 갑자기 확 늙은 모습으로 나오면 '한 물 갔다. 안타깝다. 저 배우는 도대체 관리를 안하나 보다'며 씹는다.

내가 알기론, 돈 들인다고 해서 다 그럴 듯한 미모가 나오는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앞에 나온 그 여배우, 그 젊은 미모 유지할려고 굉장히 노력 많이 한다고 하던데... 하루도 걸르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꼬박꼬박 운동한다는... (물론, 그녜들은 돈이 많으니까 돈이나 의술의 힘을 빌리는 것도 있긴 하겠지만) 중요한 건.. 말이 쉽지, 매일 매일 하루도 안 걸르고 1시간 이상 운동한다는 건 분명 본인의 생활에서 취할 수 있는 편안함을 어느 정도는 포기하는 행위, 굉장히 귀찮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 나이에도 여전히 군살 없이 그럴 듯한 라인과 젊은 미모를 유지하는 것은 그런 '귀찮음'과 '피나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고 말이다.

적어도, 그런 노력들과 그것에 대한 보상이 발악 수준으로 폄하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솔직히, 딱 깨놓고 말해서.. 인간은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주름이 생기니까 그걸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며 사는 것 뿐이지, 자신의 얼굴이 갈수록 자글자글해지는 현상을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 다만 그런 걸 개의치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원래부터 본인의 외모에 관심이 많아서 꾸준히 신경쓰고 관리해 가며 살아가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게 아닐런지~ 그건 삶의 스타일의 차이인 거지, 어느 한 쪽이 더 좋고 나쁘고.. 이런 차원은 아닌 듯하다.

개중엔 지나친 관리(?)로 인해 얼굴이 정말 어색하게 변해버린 배우들도 있긴 하던데, 대체로는 심각한 수준이 아닌 경우에도 안 늙을려고 용쓰는 경우로 비하되는 현장을 많이 보아왔다. 사실, 관리의 힘으로 가능하다면 되도록이면 '젊은 외모' 유지하면서 사는 게 좋지 않나? 보는 사람도 좋고, 매일 거울 보는 자기 자신도 만족스러울테고 말이다. 그리고 설사, 젊어 보이기 위해서 난리를 치고 발악을 좀 한다 쳐도..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우리 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나이(10대, 20대, 30대...)에 맞는, 또는 어울리는(?) '정형화된 스타일'을 너무 강요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때론 그런 것들이 참 진절머리 날 때가 있다. 가끔.. 동네에서 마주치는 젊은 아주머니들, 비교적 어깨 기장 위의 머리에 적당한 웨이브가 들어간 퍼머 머리의 여성들이 대충 나잇대가 어느 정도며 몇 살 정도 애의 어머니란 걸 안 물어보고도 알아차릴 때의 그 무당삘 기분이 늘 좋지만은 않기에...

살면서, 가끔은 '반전'의 묘미도 좀 있어줘야 되지 않나? 난 그런 '반전'을 주는 사람들이 좋다- 안 그래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참 지리멸렬한 것일 수 있는데 '비슷한 연령대'에서 '모든 사람들의 스타일'마저 다 비슷비슷, 획일화된다는 건 정말이지 숨막히는 일인 것 같다.

한국의 40대, 50대, 60대(& 70~80대)들이여.. 그게 난리법석 수준이어도 좋으니, 앞으로 젊게 살기 위해 더더욱 발악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