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뮤지컬 '디에' 대표곡 '믿어요, 그래서 난 지켜낼 거에요'(커튼콜 2)

타라 2009. 4. 17. 18:18
세계 투어에 앞서 한국에 잠깐 선보인 중국 뮤지컬 <디에(蝶)>는 내러티브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지만, 묘하게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면도 분명 존재하는 듯한 뮤지컬이었다. 그리고, 그걸 뒷받침해줄 수 있었던 주연 배우들의 가창력과 적절한 캐스팅도..


커튼콜에서 '앵콜곡'으로도 부르는 이 뮤지컬 최고의 킬링 넘버인 '我相信 于是我坚持(난 믿어요, 그래서 난 지켜낼 거에요)'는 뮤지컬 <디에>에서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곡인데,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귀에 팍 꽂히면서 듣기 좋다고 느껴진 노래였다. 크게 세련된 맛은 없지만, 편하게 받아들여지는 익숙한 멜로디에 은근한 중독성이 있는 노래이다.


극에서 죽었던 주인공이 걸어나와, 커튼콜인 줄 알고 찍었던 <디에> 마지막 장면
我相信 于是我坚持(난 믿어요, 그래서 난 지켜낼 거에요)-사랑의 위대함을 노래함


이건 이 뮤지컬의 마지막 장면 같은데, 전반적인 줄거리 외에는 사전 정보 없이 보러 갔던지라 당연히 커튼콜인줄 알고 찍었던...;; <돈 주앙>이나 <로미오 앤 줄리엣> 같은 뮤지컬을 보면, 결말에 주인공이 죽은 뒤 다른 인물들이 애도송 부르고 끝이 난다. 극 중에서 '죽었던 주인공이 멀쩡한 모습으로 무대에 다시 걸어나오는 것'은 카메라 촬영이 허용되는 커튼콜이고, 이 뮤지컬에서 결말에 불구덩이 속에서 같이 죽어간 뒤 나비화되는 장면까지 LED를 통해 다 보여줬음에도 양산백(리레이)과 축영대(딩베이베이), 극에서 죽음을 맞았던 두 주연 배우가 멀쩡하게 산 사람 모습으로 다시 무대로 걸어나와 노래 부르길래 '아, 이게 커튼콜인가보다~' 하고 급하게 찍은 영상이다.

마침 저거 찍을 때 아무도 저지하는 사람이 없길래, 저 때 당시엔 당연히 커튼콜이겠거니.. 하고 찍었는데, 그 뒤에 다시 이 곡 앵콜송을 부른 걸 보면 저건 그냥 극의 마지막 장면인 듯하다. 극 속에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 걸어나와 노래 부르는 설정이라니.. 아마도 죽어서 고스트, 아니 LED 영상(무대 전면에 설치되어 극 배경에 대한 설정을 이리저리 바꾸어 주던 대형 전광판)에 뭉게구름 뭉실뭉실한 배경이 있는 걸로 봐선 불구덩이 속에서 죽어간 양산백과 축영대가 죽음으로써 사랑을 이룬 뒤 '천사'가 되어 하늘 나라에서 사랑의 위대함에 대해 노래하는.. 그런 설정인 것 같다.

만화적으로 표현하면 저 장면, 하늘 나라에서 사랑을 이룬 두 남녀의 머리 위에 천사 표시가 있어야 될 것 같은데.. 2막에서 금색 반짝이 쟈켓으로 갈아입은 양산백이 마지막 장면인 저 때 다시 흰색 계열인 은색으로 갈아입은 것도 혹시 그런(천사여야 하는) 이유..? 나중에 모든 배우들이 나와 이 곡을 노래한 진짜 커튼콜 앵콜송이랑 비교해 보니, 극 안에서 부른 이 곡이 더 좋아보인다. '비주얼'적인 설정에서도, 또 합창으로 부르는 커튼콜 때와는 다르게 여주인공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노래의 '듣기 좋음' 면에서도 말이다..


중국 뮤지컬 <디에-버터플라이즈>의 커튼콜 앵콜송 타임(남자 주인공의 무반주 선창 후 합창)
我相信 于是我坚持(난 믿어요, 그래서 난 지켜낼 거에요) / 막으로 쓰인 커튼 모양이 예술이다~

안 그런 뮤지컬도 있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 <돈 주앙> <디에-버터플라이즈> 커튼콜에선 앵콜송 부를 때 한 배우가 무반주로 선창하고 그 다음에 반주로 모두가 합창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난 이 방식이 어쩐지 좀 별로다. 노래에는 역시 반주가 들어가야 제맛- (무반주 노래는 어쩐지 앙꼬 없는 찐빵처럼 밋밋하게 느껴진다.) 다 같이 질 마으(Gilles Maheu)가 연출한 작품이어서 그런가.. 저 세 작품 다 커튼콜 앵콜송은 한 곡 밖에 안 부르며, 앵콜송 시작 땐 항상 누군가 무반주로 선창한 뒤 반주가 나오며 합창이 이어진다. 그것두 저 작품들 커튼콜에선 꼭 노래의 1/3쪽 짜리나 1절만 부르고 만다.

하지만 <로미오 앤 줄리엣>처럼 커튼콜 곡을 '풀 버전'으로 2곡(막공 땐 4곡씩) 부르는데다, 매 노래 때마다 전주가 흐르고, 완벽하게 반주 깔아주는 앵콜송이 역시 개념 있다 느껴진다. 앵콜송을 풀 버전으로 부르는 이런 뮤지컬에선 커튼콜 때 주역 배우가 노래 부르기 전에 전주(악기 연주)가 흐르는 그 대목에서 이미 가슴 속에 뭔가 뭉클한 느낌이 올라오면서 감동의 물결이 마구마구 밀려오기에...

<디에(나비)>에서는 배우들 '가창력'이 참 좋았고, 특히 엔딩곡에서의 여주인공(딩베이베이) 노래는 참 듣기 좋던데, <로미오 앤 줄리엣>의 경우처럼 <디에>의 앵콜송도 2막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완벽하게 반주를 깔고 남녀 주인공 번갈아 부르다가 합창으로 가는.. 그리고, 본 공연에서처럼 1~2절 다 부르는 그 형식으로 갔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단 아쉬움이 있다.

중국 최초의 대형 창작 뮤지컬이라는 <디에>의 1막 초반부 이후는 내내 지루했고, 2막 초반 장면(나비 소녀의 꿈)은 나름 볼거리는 있지만 작품 분위기랑 많이 따로 논다는 느낌이 있는데다, 전반적인 내러티브가 좀 허접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에>의 2막 대목, 특히 2막 후반부는 다소 장엄하고 처절한 분위기의 비장미가 느껴졌던 터라, 그런 식의 시/청각 효과를 최대한 동원한 정서에 대한 자극은 나름 인상적이었다.

이 뮤지컬 대표곡인 '심장(心脏)'이란 노래도 그냥 들을 땐 좀 청승맞게 느껴졌는데, 공연장에서 직접 들으니까 조금 감동적- 중국 배우들이 노래를 너무 잘 부르고, 특히 그 노래에서 남자 주인공이 엄청난 고음으로 불러대는 그 대목이 참 인상적이었다. 남녀 주인공이 불구덩이에 함께 뛰어들어 나비로 날아올라간 뒤 하늘 나라 천사(?)가 된 모습으로 '我相信 于是我坚持(난 믿어요, 그래서 난 지켜낼 거에요)'를 부르는 마지막 대목도 '감성(시/청각의 만족도)'의 측면에선 꽤 좋게 느껴졌는데.. 이 뮤지컬 내용이나 노래 구성을 좀 더 다듬어서 풀 버전 DVD가 나온다면 조금은 관심이 가게 될 것 같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