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내한 공연 이후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의 '커튼콜용 곡'으로 새로 들어간 'Avoir 20 ans(아부와 뱅땅-스무살이 된다는 건)'은 한국의 공연장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곡인데, 참 신나고 듣기 좋은 노래다. 기분이 울적해질려고 할 때 들으면 딱인 노래- "누~ 오나 량 뒤 뚜"... "빠 갼 드 바따이~" 등 반복되는 가사 어감도 꽤 재미있다.
다미앙 사르그 & 시릴 니콜라이 & 존 아이젠 - Avoir 20 ans(아봐 뱅땅-스무살이 된다는 건) / 2009 '로미오 앤 줄리엣' 공연 커튼콜
무대 바닥에 흰 종이 쪼가리(?) 같은 게 보이는데, 셰익스피어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로미오에게 미처 전달되지 못한' 문제의 그 편지다. 제라르의 이 뮤지컬 속에선 2막 후반에 '죽음(La mort)'의 여신이 '편지'를 찢어서 버린다. 그 장면 보면서 '저 찢어진 종이 조각은 (다음 장면 전에) 누가 주워서 버리나..?' 궁금해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켜보니, 계속 '연결되는 장면'들이 있어서인지 따로 치우진 않고 커튼콜 때도 그 종이 조각들이 무대 바닥에 그대로 흐트러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이 날 커튼콜 마지막에 뒤로 퇴장하기 전, 줄리엣 역의 조이(Joy)가 갑자기 객석으로 들이댔다~ ;; 이 공연에서의 조이 에스뗄(Joy Esther)의 컨디션은 그럭저럭 좋아 보였고, 중간에 마이크가 잘 안됐는지 어느 순간('시인' 장면에서) 핸드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고 있었는데, 나름 열창해서 박수 많이 받았다. 꽤 열심히 하는 것 같았고, 적어도 음이 안 올라가거나 '음정' 틀린 대목은 없었기에 예쁘게 봐줄려고 했었는데... 결국 막공(마지막 공연)에서 '노래'를 그렇게 망칠 줄이야- 프랑스 본 무대에서 욕 안 얻어 먹을려면 조금 더 열공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파비앙 데나는 '머큐시오' 더블도 하고 그 역으로 더 많이 뛰는 것 같던데, 이번에 보니 '티볼트' 역도 아주 잘 어울려 보였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파비앙 데나(Fabien Dena)는 원조 '티볼트'인 톰 로스(Tom Ross)와 음색이 너무나 비슷하더라는 것- '톰 로스' 특유의 음색으로 불리워지는 '구혼' 장면에서의 티볼트 파트와 'C'est le jour(그 날이 왔다)'를 너무 좋아해서 톰의 티볼트가 아니면 참 싫을 것 같았는데, 다행이 파비앙이 그 비슷한 음색을 가지고 있어서 노래로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원래의 헤어 스타일은 그게 아닌 듯한데, 이번에 '티볼트'로 분한 파비앙 데나가 '닭벼슬 모양'의 헤어 스타일로 무대에 섰다. 그래서 극 초반에 '몬테규 가문의 머큐시오(존)와 남자 댄서들(몬테규 아이들)'이 적대적인 상대 집안 '카풀렛 가문 티볼트(파비앙)'의 그 '닭벼슬 스타일'을 손으로 흉내내고 자기네들끼리 키득거리며 놀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꽤 재미있는 설정이었다.
이젠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몸치인 '톰 로스'와 달리, '파비앙 데나'는 몸치도 아니고 존 아이젠의 '머큐시오'와 대치하는 장면도 꽤나 팽팽해 보여서 '티볼트' 역으로 꽤 괜찮게 느껴진다. 노래 스타일이 나름 터프하면서도 '톰 로스'의 음색에서 오는 그런 감미로움이 파비앙의 음색에도 존재하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톰 로스와 음색이 너무너무 비슷해서 참 놀랐던...
이번에 '파비앙 데나 & 존 아이젠'이 보여 주었던 '티볼트(Tybalt)-머큐시오(Mercutio)' 라인 역시 '톰 로스 & 존 아이젠'의 그것에 못지않게 참 인상적이었는데, 톰이 이 작품에서 은퇴하거나 힘에 부치거나 하면 파비앙을 차기 '티볼트'로 내세워도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