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

바닐라 스카이-(1)그럼에도, 구관이 명관인 걸까?

타라 2016. 11. 27. 23:52
2001년 헐리우드 영화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는 1997년산 스페인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를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맨 처음 봤을 땐 '바닐라 스카이'도 나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었으나 최근에 이 영화들을 다시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명작 영화들이 흔히 그렇듯, 이 영화의 오리지널 버전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Alejandro Amenabar) 감독의 <오픈 유어 아이즈>는 맨 처음 봤을 때보다 2번 째 봤을 때 장점이 더 많이 느껴졌으며, 보면 볼수록 '정말 잘 만든 영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강화하여 보다 낭만적인 영화로 탈바꿈한 카메론 크로우(Cameron Bruce Crowe) 감독의 리메이크작 <바닐라 스카이>의 경우, 맨 처음 봤을 땐 꽤 재미나고 잘 만든 영화처럼 느껴졌었으나 2번 째로 보니 단점이 눈에 더 많이 들어왔다.



원작 <오픈 유어 아이즈>는 '영화 잘 만들었네~'라는 인상이 지배적인데, <바닐라 스카이>는 일단 보면 (리메이크 버전의 남자 주인공인) '톰 크루즈 진짜 잘생겼다~' 이런 느낌이 더 지배적으로 다가온다. 이건 처음 봤을 때 느낌이고, 2번 째로 보면 맨 처음에 '살짝 단점'이라 느껴졌던 대목이 '(생각했던 것보다) 큰 단점'으로 다가오는 경향이 있다. 


리메이크작이라 하여 'ctrl C -> ctrl V' 느낌으로 만들 순 없었을 것이고, <바닐라 스카이> 제작 팀이 나름 색다르고 보강된 버전을 선보이기 위해 고심하고 신경 쓴 티가 많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에 비해 러닝 타임이 더 길어진 <바닐라 스카이>에서 내용을 추가하여 더 낫게 느껴지는 대목은 20% 정도, 나머지 80%는 어쩐지 작품의 미덕을 해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괜히 쓸데없는 대사를 추가해서 작품의 본질을 흐리고, 불필요한 욕심 부리다 (원작에 비해)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


소피아 역의 '페넬로페 크루즈'


이 영화의 원작을 본 톰 크루즈(Tom Cruise)가 <오픈 유어 아이즈>에 매력 느껴 리메이크 버전 <바닐라 스카이>의 제작에도 참여하고 주인공 역을 맡았는데, 다른 캐스트는 다 바뀌었으나 여주인공 '소피아' 역의 페넬로페 크루즈(Penelope Cruz)만은 그대로이다. 둘이 이 영화 이후로 잠시 사귀기도 한 걸로 봐서 '혹시 톰 크루즈가 원작 영화를 보면서 페넬로페 크루즈가 유난히 맘에 들어 리메이크작에 또 캐스팅한 거였나?' 하는 추측도 해본다.(톰 크루즈가 리메이크 버전 제작자이기도 했으니...)


하지만 그건 톰의 취향이고,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동일 작품에 2번 출연한 페넬로페 크루즈 캐스팅은 그렇게까지 최선인 것 같지 않다. 그 사이 4년 흘렀다고, 리메이크작 <바닐라 스카이>에선 '소피아' 역의 페넬로페 크루즈(Penelope Cruz)가 약간 급노화온 것 같은 분위기로 나오는데, 그에 반해 언제나 외모가 한결같은 톰 크루즈(Tom Cruise)는 당시 40세(39세)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너무 잘생기게 나온다.


톰 크루즈 & 페넬로페 크루즈
2001년 리메이크 영화 <바닐라 스카이>


그래서 본인 '생일 파티' 때 남자 주인공 데이빗(톰 크루즈)이 소피아(페네로페 크루즈)의 외모를 처음 보자마자 반했다는 듯 쳐다보는 그 장면에 잘 몰입되지 않았다. 원작 <오픈 유어 아이즈> 때의 페넬로페 크루즈는 전반적으로 참 매력 있고 풋풋하게 예뻤었는데, <바닐라 스카이>에선 어째 얼굴의 단점이 많이 부각되어 나오는 듯했다. 


아직까진 20대 나이였음에도 볼에 살도 너무 없고, 입은 또 너무 크고, 입매가 별로기도 하고.. 눈도 너무 부리부리~ 우동가락 쌍꺼풀 눈매고.. (그렇다고 안예쁜 건 아니지만) 리메이크작에선 여러모로 '소피아' 외모의 단점이 많이 부각되어 나오는지라, 남주가 (대화 나눠보기 전에, 일단 여주인공의 '외모'만 보구서) 첫눈에 반한다는 설정이 별로 개연성 있게 느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데이빗~ 네 얼굴이 (반할 만큼) 더 환상적이거든-' 이런 생각만 들었던...


거기다, <바닐라 스카이>에선 남자 주인공의 잠자리 상대로만 이용되다가 버림 받는 '줄리아나(줄리)' 역의 카메론 디아즈(Cameron Diaz)가 또 쓸데없이 너무 매력적으로 나온다.


줄리(아나) 역의 '카메론 디아즈'


지나치게 부리부리한 눈에, 왠지 모를 촌스러움이 느껴지는 이 영화에서의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 보다는 전 여친 '줄리(카메론 디아즈)'가 더 신비롭고 귀티 나게 생긴 외모에 몸매까지 쩔던데 '저 남주는 왜 촌닭(?) 같이 생긴 소피아를 처음 보자마자 반하게 됐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내가 남자였다면, (소피아에게 반하기 보다는) 이 영화에서의 '줄리(카메론 디아즈)' 같은 여성과 좀 더 사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원작 <오픈 유어 아이즈>에선 '전 여친'인 누리아(나즈와 님리)가 뭔가 성숙하고 퇴폐적인 분위기, 남주가 첫눈에 반하게 되는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는 그보다 순수하고 싱그러운 매력이 느껴져서 극적인 개연성이 있었는데, 리메이크작 <바닐라 스카이>에선 여주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의 외모가 원작 때 비해 못해졌고 '버림 받는 전 여친' 역의 카메론 디아즈는 외적인 매력이 흘러넘쳐서 왠지 이 역할 맡기엔 '지나친 캐스팅'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엄청난 재력가인 남자 주인공이 '서로 호감 느꼈던 이성을 잃고 스스로 목숨 끊어 꿈 속 세상을 헤매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사고로 인한 '복구되기 힘들 정도의 얼굴 망가짐'인데, 리메이크작 <바닐라 스카이>에선 남자 주인공 데이빗(톰 크루즈)의 얼굴이 그렇게까지 크게 망가졌단 생각이 들질 않아 이 또한 극적인 '개연성이 좀 부족한 게 아닌가?' 느끼게 만든 대목이다.


원작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의 남자 주인공 세자르(에두아르도 노리에가/Eduardo Noriega)의 경우 한 쪽 눈 빼곤 얼굴 전반적으로 심하게 망가지고 흉측해진 분장을 했다. 그래서 해당 영화를 보며 '세자르가 아무리 돈 많아도, (눈으로 사랑이 들어 사귀게 되는 경우가 다수인 연애의 속성 상) 저렇게 변해버린 얼굴론 좀 힘들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반면, <바닐라 스카이>에서 망가졌다는 데이빗(톰 크루즈/Tom Cruise)의 얼굴을 보면 분장을 너무 약하게 해서 '뭐야, (입 옆의 봉합 자국이 튀긴 하지만) 그래두 여전히 웬만한 남자들보다 잘생긴 거잖아요~?'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 ;;



물론 원래 얼굴에 비해 스크래치가 많이 나긴 했지만, 망가져서 저 정도 얼굴이라면 솔직히 그 정도의 재력가인 데이빗(톰 크루즈)이 실연의 상처로 인생 다 잃은 양 '생명 연장 회사 L.E'와 계약 맺고 냉동 인간 신세가 되는 건 좀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원작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에 비해 리메이크작 <바닐라 스카이>에선 남자 주인공의 배경(미국 내 출판업계 전설인 아버지의 후계자 & 상속인)과 재력도 더 강화되지 않았는가?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에서 묘사된 데이빗(톰 크루즈)의 '교통 사고 후 망가진 얼굴'은 (굳이 '가면'까지도 필요 없고) 컨실러나 연예인 분장용 수준의 빡센 메이크-업 & 썬글라스(or 패션 안대) 또는 패션 마스크 & 적절한 헤어 스타일 연출 등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 느껴졌다. 또한.. 원판 그 정도 수준에, 크게 다쳐서도 저 정도 얼굴 & 그 재력의 남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럼에도, 데이빗(톰 크루즈)에게 사귀자고 들러붙는 여자들 엄청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남자가 평범하거나 가난한 남자도 아니고.. 엄청난 재력가에다 매력 있는 그 젊은 남자의 '(사고 후) 흉측하게 변해버린 얼굴'은 삶에 있어 엄청난 선택을 할 만큼 중요한 설정인데, 리메이크작 <바닐라 스카이>에선 왜 남자 주인공의 '(흉측하게?) 망가진 얼굴 분장'을 미약한 수준으로 하고 만 것일까?(혹시, 잘생긴 주인공 '톰 크루즈'가 너무 망가진 얼굴로 나오면 여성 팬들이 싫어하고 영화 관객이 덜 들까봐 그랬던 걸까..?) 


무슨 이유에서였는진 모르겠으나, 저런 사소한 설정 하나가 영화의 개연성을 해치거나 완성도를 떨어뜨리기도 하는 것 같다. 리메이크작 <바닐라 스카이>는 원작에 비해 외형적인 때깔이 좋고 유명 배우들이 많이 나오고 이것저것 꽤 신경 쓴 대목이 엿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에 걸맞는 전체적인 캐스팅이나 극적인 개연성, 주제를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적인 완성도, 기타 소소한 여러 설정적 측면에서 오리지널 버전인 <오픈 유어 아이즈>의 만듦새가 훨씬 더 좋은 편이다.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 / Abre Los Ojos)>의 헐리웃 버전인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를 재차 보니, '형만 한 아우 없다'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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