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일일극 <내 딸 꽃님이>가 끝났다. 언젠가부터, 말도 안되는 한국 드라마의 '요상한 가계도'를 보며 '저런 게 어딨어?' 하면서 욕하다가 자연스럽게 거기에 적응(?)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최근에 종영된 SBS 일일 드라마 <내 딸 꽃님이>의 경우 '극 중 순애(조민수)의 아들과 딸이 연애해서 결혼하는 스토리'였는데, 기존의 막장 가계도에서 약간의 변형을 가한 내용이었다. 이 드라마를 꼬박꼬박 챙겨본 건 아니지만, 우리 나라 일일극의 특성 상 빼먹은 회차도 주변 사람들을 동원하면 내용을 다 파악할 수 있기에 '대략적인 스토리'를 알고 있다.

원래 밤 시간대 월화 미니 수목극은 시청률 20%는 넘어줘야 제맛인데, 최근 방영되고 있는 주중 드라마(<옥탑방 왕세자>랄까, <적도의 남자>랄까, <더 킹 투 하츠>랄까, <패션왕>이랄까, <사랑비>랄까..) 시청률이 다들 안습 수준인데다 한 때 기본 30~40%대의 황금기를 누렸던 KBS 일일극도 별다른 재미를 못보고 있는지라, 극 후반부 시청률 고작 14~15%에 달했던 SBS 일일 드라마 <내 딸 꽃님이>가 지상파 방송 3사 일일극 1위를 기록하며 종영되었다고 한다.(KBS 뉴스 포함하여 주중 랭킹 5위 안)

'계모'의 좋은 예? : 피 한방울 안섞였지만 훈훈한 '모녀' 사이

<내 딸 꽃님이>에 나오는 순애(조민수)는 꽃님이(진세연)의 새엄마로, 꽃님이 아빠(선우재덕)가 세상을 떠난 후 '피 한 방울 안섞인 사이'임에도 이 둘은 친 모녀지간 못지않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랬던 꽃님이가 연애로 얽히게 된 남자 상혁(최진혁)이 알고 보니 순애(조민수)의 친아들이었으나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출생의 비밀' 설정이 등장하는데, 우리 나라 드라마 작가들은 확실히 이런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다. 갈수록 '막장 가계도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오곤 하니 말이다..

남자 주인공 상혁(최진혁)은 젊은 시절의 순애(조민수)가 옛사랑 재호(박상원)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생아였으며, 그녀를 며느리로 받아들이기 싫어했으나 핏줄이 탐났던 재호 모친(윤소정)이 아이 엄마로부터 손자를 조용히 빼돌린 뒤 자기 아들의 '입양아'로 들였다. 그러니까 '엄마-아빠-아들' 사이임에도 재호(박상원)는 본인이 키워온 아들이 '친아들'인지 모른 상태로 살아왔고, 성장 후 자신이 '입양아'란 사실을 알게 된 상혁(최진혁)은 자기가 아빠 핏줄인지 모른 채 한동안 또 괴로워했고, 애를 잃어버린 순애(조민수)는 아들 잃은 슬픔에 눈물 바람하며 살아왔던 것이다.(그 모든 '비극의 원흉'은 상혁이 할머니~)

남자 쪽 어머니의 '이 결합 반댈세~'로 30여 년 전에 헤어졌었던 커플. but, 
결국 이어짐. <모래 시계> & <대망> 커플(박상원-조민수)은 질겼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엔 그 모든 진실이 밝혀지게 되는데.. 집안 어른의 반대와 훼방으로 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해야 했던 옛사랑 순애(조민수)와 재호(박상원)가 많은 시간이 흘러 과부와 홀아비가 된 채 재회하게 되나, 그들의 딸인 꽃님이(진세연)와 상혁이(최진혁)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꽃님이와 사랑에 빠진 그 상혁이가 바로 '꽃님이 엄마(조민수)의 친아들'~ ;;

그래서 한동안 "엄마 (사랑) 먼저~ 딸 (사랑) 먼저~" 하며 이 '꽃님이 모녀'가 양보 모드로 서로 눈물 짜고 지지고 볶고 하다가 극 중간에 (친딸은 아니지만) 착한 딸 꽃님이의 의지로 그 둘은 헤어지게 되고 상혁(최진혁)은 마음에도 없는 짝사랑녀 채경(손은서)과 결혼하네 마네 했었는데, 그 지점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극 중) 조민수가 아들을 사위 삼으면 되겠네~' 하는...

이게 다 한국 막장 드라마의 영향이다. 한 때 시청률 40%를 오갔던 임성한 작가의 주말극 <하늘이시여>를 통해 '한국 드라마'는 이미 '엄마(한혜숙)가 딸(윤정희)을 며느리 삼는 내용'을 선보인 바 있다.

우리.. 결혼해도 되는 걸까? / 돼! '한국 드라마'가 다 그렇지 뭐~
결국 상혁이는 '자기 친엄마=꽃님이 (양)엄마'의 사위가 되었습...
엄마가 시어머니 되고, 시아버지가 새아빠 되는 뭐 그런 꽃님이네?

그 이후로도 '내 남자의 엄마가 알고 보니 내 친엄마~'류의 국내 TV극이 종종 방영되었다 보니, 최근 꼬이고 꼬인 가계도의 <내 딸 꽃님이>를 보면서도 '한국 드라마에서 저 정도 쯤이야~ 어차피 상혁이랑 꽃님이랑 피 한 방울 안섞인 남인데.. 저 꽃님이 엄마가 옛사랑과 재혼해서 꽃님이 집에서 호적을 파가거나 아들을 사위 삼으면 되겠네~ 별 문제도 아닌 걸 가지고, 괜히 헤어지고 난리네..' 뭐, 이런 마음이 자동반사적으로 올라왔달까-(어느덧, 한국 TV극 내에서의 '가계도'를 바꿔놓은 임성한느님의 위엄?)

물론 '극 안의 인물(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그렇게 쉽게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류의 '한국 드라마'를 다반사로 접해 왔던 '극 밖의 인물(시청자)' 입장에선 무의식적으로 '이젠.. 저 정도 쯤이야~'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 막장 드라마 작가들의 꾸준한 세뇌로...(실제로, 일일극 <내 딸 꽃님이>는 우여곡절 끝에 서로 사랑하는 엄마 커플도 & 딸 커플도 각각 결혼해서 다들 잘 먹고 잘 살게 된다는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앞으론 '가족의 가족'끼리 연애로 얽히는 그런 내용 말고, 레퍼토리를 좀 바꿔서 '정상적인 커플'의 연애담을 다룬 TV 드라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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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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