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or 본심 잡담 2011.12.28 23:55

최근에 '공포 영화'를 한 편 보게 되었다. 너무나도 안타깝게 죽은 한 소녀가 주변인들에게 복수(?)하는 스토리였는데, 그 복수의 대상이 '(이런저런 일을 통해 나쁜 행실을 보인 사람들인 건 맞지만) 죽은 당사자와 직접적인 연관성 없이 랜덤으로 재수없게 걸린 사람들'이어서 좀 아쉬운 맘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그런 게 있는진 모르겠지만, 이런 류의 극에서 '진짜 억울한 사연으로 죽었거나 주변인들에게 한 맺힌 게 많은 사람'은 죽어서 온전히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한 채 지상에 남아 자신의 딱한 사정을 그 누군가에게 어필하려고 한다. 예전 <전설의 고향>에 이런 류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는데, 어느날엔가 주인공 눈에 귀신(鬼神)이 보이고 여러 기이한 사건들을 겪다가 그가 결국 귀신의 억울함을 헤아려 원혼(冤魂)을 달래주는 내용으로 끝이 나곤 했었다. 그 전에, 살아있을 때의 자신을 못살게 굴었거나 서운하게 만든 자들에 대한 귀신의 '응징 퍼레이드'가 등장한다. 일종의 '복수'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복수할 만한 사연이 있는 주인공이 자신을 괴롭게 만든 사람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현실에서는 그리 '계산 정확하게, 받은 대로 그대로 되돌려 주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극을 통해서 '대리 만족' 같은 걸 느낀다고나 할까-


몇 년 전.. 극 중반까지만 해도 '명품 막장'이란 기이한 호칭을 들었던 드라마 <아내의 유혹> 방영 당시 주인공 구은재(장서희)를 진심으로 아끼며 복수는 그만 두고 자신과 새로운 삶을 살자고 권했던 민건우(이재황)가 '민폐남'으로 찍혀 많은 시청자들에게 있는 욕 없는 욕 다 먹었던 사례가 생각난다.

그간 '시댁과 남편(변우민) & 불륜녀(김서형)'로부터 너무나 억울한 일 당해온 구은재(장서희)가 그들을 제대로 응징해 주는 '통쾌한 복수극'을 기다려 왔던 시청자들이 사탕남 민건우(이재황)가 그녀의 복수를 저지하니 "우리 구느님이 드디어 복수하겠다는데, 옆에서 걸리적거리는 저 멜로남 정말 짜증나~ 저 사람 그만 나오고, 주인공 구은재가 빨리 남편에게 복수했음 좋겠어..!" 뭐,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한 때 복수를 꿈꿨던 구은재(장서희)'가 마음 약해지며 '악녀 신애리(김서형)'를 어설프게 용서하려는 극 후반부에 가서 내리막 시청률
(드라마 피크기의 반토막)을 선보였으며, 주인공이 '자기가 당한 일을 되갚아 주려는 복수극'을 펼쳐보일 때엔 40%를 오가는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한 바 있는데, 그런 걸 보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드라마' 속에서라도 억울한 사연 당한 이가 자신을 억울하게 만든 자들을 제대로 응징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존재하는 것 같다. 현실 속에선 딱딱 떨어지게 잘 되지 않는 걸, 극을 통해서라도 '대리 만족'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 나가며 주변인들로부터 크고 작은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상처'를 받곤 한다. 나 역시 요즘 '과거에 맺었던 여러 인연이나 인간 관계'에 대해 허무감을 느끼거나 상처 받을 때가 종종 있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그 사연이 그리 극적이지도 않고 복수를 꿈꾸지도 않지만 내가 모든 걸 깨우친 신선이나 도인은 아니기에 그것으로부터 오는 괴로운 마음에 힘들어 하곤 한다.

그나마 '에잇, 복수할거야~' 이런 말이라도 하면 좀 시원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처럼 그런 식으로 치밀하게 복수하긴 힘들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좀 속상해 하다가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까? 오래 전.. 주변에서 말도 안되게 날 괴롭게 만든 이가 있어서 "(실은 말로만) 나도 되갚아 줄거야~" 했더니, 옆에서 누가 "그럼, 너두 똑같은 사람 되는 거니까 그러마 마-" 하고 말린 적이 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서 조용히 마음을 삭히며 참았는데, 그로부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내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나를 괴롭힌 그 상대방에게 자연스럽게 복수할 기회'가 찾아와서 신기해 한 기억이 난다. 그 이전에도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다. 나는 딱히 복수할 마음이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상황이 그리 흘러가서 '시간'이 과거의 내 억울함을 풀어 주었던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이런 구절을 보았다. "내 복수는 남이 대신 해준다~"라는... 항상 '마음을 비워야지..' 하면서도 뜻하지 않게 '
이기적인 사람, 인사성 없고 예의 없는 사람, 계산적인 사람, 무심한 사람, 거만한 사람, 개념 없는 사람' 등으로부터 정신 건강에 해로운 '마음의 상처'를 입을 때가 있다. 난 아직 수행이 덜된 사람이어서, 그럴 때 안그럴려고 안간힘을 써도 어쩔 수 없이 참 많이 힘들어 한다.

오늘도 그런 쓰린 마음을 간신히 추스른 채 '저 사람 언젠간 후회할 거야~', '내 복수는 남이 대신 해준다~'는 말로 조용히 힘을 내어본다.. 조건 없이,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해오든 이웃을 or 전 인류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건 평범한 사람으로서 '도달하기 너무 먼 빡센 경지' 같다. 올해까지만 이러고, 내년부턴 그 모든 (아는 사람이나 주변인들에 대한) 괴롭고 섭섭한 마음을 초탈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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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