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뒤늦은 발견, 이소라? 나는 '대중'이다~

타라 2011. 6. 13. 15:00
예전에 한 '인기 드라마'를 보면서, 측근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는 것도 꽤 멋진 일일 것 같고, 요즘엔 드라마 작가도 너무 부러워 보이지 않아?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쓴 드라마를 봐주는 데다가, 인기 드라마 작가는 회당 천 만원 넘게 받는다는데.. 잘나가는 작가들, 정말 좋아 보여" 고 했더니, 그는 살짝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짧게 한마디 했다. "진짜 좋기는 드라마를 즐기는 당사자인 시청자가 제일 좋지~" 라는... 그 별 거 아닌 것 같은 짧은 말을 듣고서, 난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 를 외쳤던 것 같은 오묘한 심정을 느꼈다.

그가 '배우 좋지 않아? 드라마 작가란 직업 어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건, (돈이야 많이 벌지만) 배우는 '전국적으로 얼굴 너무 팔리는 직업'인 데다 '덥고 추운 날' 야외 촬영 해가며 이런저런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꽤 힘든 일이고, 드라마 작가처럼 매번 자기 머리를 짜내어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해 내야 하는 직업도 고되기는 마찬가지여서 '되게 좋아 보이진 않는다'는 그 사람 나름대로의 기준에 의한 것이었다. 물론 '그 직업만의 장점'도 분명 있을 거란 말도 덧붙여 말하긴 했지만...

허나
, 그는 <직업>적인 차원을 떠나 각각의 <관계>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서 거실 쇼파나 안방에서 편안한 자세로 해당 극을 즐길 수 있는 시청자'가 '가장 좋아 보이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TV에서 하는 모든 프로그램(뉴스나 드라마, 교양 프로, 예능 프로 등)의 '존재 이유'가 바로 이 <'시청자=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함>이다. 즉, 열심히 만들어서 내어 놓은 결과물을 봐 주는 '대중'이 없다면 그들(연예인이나 방송 관계자들)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이슈가 되었던 방송 프로그램의 한 코너 <나는 가수다>'의 열혈(or 고정) 시청자는 아니지만, 그것과 관련하여 각각의 대중들이 풀어내는 들이 흥미로워서 관심 있게 지켜 보았다. 이 프로가 시청률 면에서나 대중의 호응도 면에서 가장 정점을 찍었던 건 '임재범 출연' 때까지였던 것 같은데, 당시엔 자주 가는 한 커뮤니티 게시판이 온통 <나/가/수>에 관한 얘기 뿐이었으나, 어제 방송분 이후론 관련 이 거의 올라오질 않아 '체감 인기'가 많이 식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 자체 보다는 그 프로와 관련한 '대중의 반응'을 더 흥미롭게 지켜보았던 나로선 다소 아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과 관련한 일련의 일들로 여러 생각들이 오고 갔고, 기존에 갖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특히 '음악'이란 것에 관하여~

<나는 가수다>엔 출연자들에게 순위를 매기는 소수의 평가단이 따로 있지만, 그건 그냥 해당 프로그램에서 임의적으로 잡아놓은 컨셉에 불과하고, 그 특징과 컨셉에 따라 등수를 보여주는 것일 뿐 21C인 지금은 그런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앞으론 점점 그런 방향(개개인의 '취향'과 '개성' 하나 하나가 다 중시되는 쪽)으로 나아갈 것 같다는...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 한평생 살면서 끊임없이 '이런 저런 체험'을 하게 되는데, 실질적으론 그 '체험'을 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자기 삶의 역사' 속에선 모두 <주인공>인 셈이다. 우리들의 삶은 이처럼 '개별적'인 성질의 것이다- 각 출연자들에게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대해, 일각에선 '그런 식으로 순위를 정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어제 방송분에서의 출연자들 노래를 들으며 자연스레 그 생각에 동의하게 되었다.

'이소라, YB(윤도현 밴드), 박정현, 김범수, BMK, 옥주현, JK 김동욱' 등의 멤버로 꾸려진 최근 방송의 <나는 가수다>에서 1차 경연 때의 노래들은 상위권을 차지한 옥주현의 전투적(?)인 버전 '천일동안'을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영 '아니올시다~'란 생각이 들었는데, 어제 날짜로 방송된 이번 2차 경연의 경우엔 모든 멤버들 노래가 지난 번 보다는 훨씬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기본적으로 내 취향과는 살짝 거리가 있어서 '예능' 프로그램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음악'은 참 좋아하는 편인데, 이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에서 배출된 음악들 중에서도 가끔은 삘 오는 노래를 발견하곤 한다. 그 '삘'을 느끼는 지점은 각각의 시청자들마다 다 다를 것이다. 또, 특정 가수가 부르는 노래 스타일이나 음색과는 무관하게 '곡 자체'에 대한 호불호도 있을 것 같다. <서바이벌 : 나는 가수다> 이번 경연에서 선보인 여러 노래들을 접하며 꽤 재미난 체험을 하게 되었다. 뒤늦게 찾아 듣고서, 그 프로그램에서 최근 '낮은 순위'에 랭크된 곡들에 제대로 삘을 받아버린 것이다.


금번 2차 경연에 나온 노래들과 퍼포먼스가 전반적으로 다 괜찮게 느껴졌지만, 그 중에서도 <듣는 감성>의 차원에서 이소라가 부른 '행복을 주는 사람', 윤도현이 부른 '새벽 기차', JK 김동욱이 부른 '조율'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 중 JK 김동욱의 노래는 상위권이었지만, 전자의 두 곡은 각각 6위와 7위를 한 노래이다. 허나 그건 '그 쪽에서 정한 순위'일 뿐, 그들 '평가단'과는 또 다른 의미 있는 <개별적인 삶>을 살아가는 내게는 최근 경연에서 '낮은 순위 가수들의 노래'가 꽤나 임팩트 있게 들렸던 것이다.

비록 이번 경연에서 제일 낮은 순위를 차지했으나, 윤도현 밴드(YB)가 부른 '새벽 기차'는 다섯 손가락이라는 그룹 가수의 원곡 자체로, 즉 '특정한 멜로디'를 지닌 <노래 자체>가 너무나 좋은 곡인 데다가 윤도현의 (락) 버전 편곡은 이 더운 여름에 <청량감>을 안겨줄 정도로 무척 시원스럽게 들렸기에 새삼 그의 무대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특유의 '계절감'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느낌의 무대~

독특한 음색을 자랑하는 J
K 김동욱의 경우 간혹 '임재범 짝퉁'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번 경연에서의 그의 노래는 꽤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랬던 그가 이런저런 논란 속에 조용히 묻혀 지내다가 이젠 강제 하차(?)까지 한다는데... 한 때 드라마 <위기의 남자> 삽입곡이었던 J김동욱의 '미련한 사랑'을 즐겨 들었던 입장에서, JK 김동욱이 이번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의 공연을 통해 자신의 노래인 '미련한 사랑'을 들려주지 못한 채 떠나는 게 무척 아쉽게 느껴진다. 


<나는 가수다> 이번 팀 2차 경연을 통한 가장 큰 '복병'은 이소라였는데, 그녀가 이번에 탈락했다고 해서 '노래가 되게 별로였나 보다..' 생각했었다. 허나.. 뒤늦게 직접 확인해 보니, 이게 웬 걸~? 의외로 최근에 이소라가 부른 '행복을 주는 사람'이 너~무 괜찮은 거였다- 제대로 '노래다운 노래'였던...


애초에, 이소라가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을 통해 '전설'로 남긴 건 보아의 곡을 편곡해서 부른 '넘버 원(NO. 1)'이었다. 지난 달에, 그 곡으로 전 포털과 각 커뮤니티를 한 번 휩쓸고 간 전력도 있다. 거기다, 이소라의 <넘버 원>은 동영상 조회수나 추천수도 장난 아니다. 실제로, 많은 대중들에게 인정 받은 이소라 버전의 '넘버 원(NO. 1)'은 총체적으로 그 임팩트가 대단한 편인데, 개인적으로 그녀가 힘 쫙~ 빼고 담백하게 부른 이번 <행복을 주는 사람> 쪽에서도 무척이나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랬던 이소라의 이번 노래가 경연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못한 건, 해당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컨셉'의 노래가 아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몇몇 평론가들이 지적하기도 했듯, 가시적인 효과를 다소 중시하는 듯한 <나는 가수다>는 효과적으로 잘 '지르는 것'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듯...

가끔은 '시원스럽게 지르는 음악'도 선호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끄럽게 지르는 음악'은 별로 선호하지 않으며, 최근 들어선 '잔잔하게 마음을 파고 드는 음악' & '크게 지르지 않고도 그것이 음악임을 증명해 주는 노래'들이 점점 좋아지고 있기에, 이번 경연에서의 이소라 노래에 남다른 삘을 받게 되었다.


예전에 이소라가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은 종종 들었으나, '가수로서의 이소라' 음악 세계에 대해선 잘 몰랐었다. 그런데.. 이소라가 올해 들어 <서바이벌 :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이후로, 내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들락거리던 각 커뮤니티 회원들 & 음악이나 공연 매니아라 할 수 있는 여러 블로거들이 대중 가수 '이소라'의 음악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하길래 이번에 살짝 관심 갖게 되었다.

앞에 언급한 그 커뮤니티 회원과 블로거들, 나름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고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다.(개인적으로, 특정 분야에 대해 나름 '역사'와 '전통'이 오래 된 리뷰어들의 글을 엄선해서 참고하므로~) 그들의 의견에 의하면, 이소라 음반들 중 수준 높은 명반이 많고 '가수로서의 이소라'는 정말 괜찮다고 하던데, 그런 이소라의 진가를 난 그녀의 이번 탈락곡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소라의 'No. 1'을 들었을 땐 살짝 놀라는 수준이었고, 이번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즐겨 듣고 싶은 가수 목록'에 추가하게 된...

특정 컨셉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정한 '순위의 높고 낮음, 새로운 멤버 투입과 탈락에 관한 것'엔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다 작용하겠지만, 그 안에서의 '기준'이나 '탈락' 여부와 상관 없이 <음악>을 하는 '가수로서의 이소라'는 별로 나무랄 게 없다는 생각이다. 이소라는 '노래하는 음색' 자체가 참 특이한데,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 다 뒤져도 그런 류의 느낌 주는 가수는 아마 드물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독창적인 세계>를 선보여야 할 '가수'로서 자기만의 '오리지널러티'가 살아 있는 데다, 요란뻑적지근하게 질러대지 않아도 '듣기 좋고 아름다운 노래'라는 걸 알게 해주는 <이소라의 발견>을 느끼며.. 비록 이번 경연을 통해 '이소라'가 하차(탈락)하게 되었지만, 그녀의 그 탈락곡 '행복을 주는 사람'을 들은 뒤 <왠지 모를 신비감과 야릇한 아름다움 & 편안함, 행복함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프로그램 외적으로 시끄러웠던 '일련의 사건들'을 뒤로 한 채, 최근 경연에서 이소라가 부른 '행복을 주는 사람'을 듣는 그 순간 만큼은 이 우주 공간 안에 '다른 차원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달까- 애초에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타이틀(제목) 자체가 이소라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거란 내용이 보도된 바 있는데, 요즘 이 문구로 '패러디'물도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문득, 그 문구처럼 '또 하나의 나'를 정의 내리고 싶어졌다. 시청자를 '음악을 들어주는 주인'으로 모시고서 각각의 출연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나는 가수다>에서 '특정한 목적을 가진 경연용'이 아닌 '음악 그 자체로 담백하게 청자들과 소통했던 이소라의 노래(탈락곡)'를 통해 반짝거리는 작은 보석을 발견하게 된 나는.. '대중 문화 컨텐츠'를 향유하는 그것의 '진짜 주인'인 <나는 대중이다>~

나만의 최고, '나는 가수다' 넘버 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