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실제 커플 탄생시킨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

타라 2011. 6. 7. 14:10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작곡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에서 각각 '크리스틴'과 '라울' 역을 연기했던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가 이번 달에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1986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되었던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은 '세계 4대 뮤지컬'에 속하며, 그간 전 세계 곳곳에서 굉장히 많이 상연된 작품이다.

그런데.. '프랑스 3대 뮤지컬(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와 줄리엣, 십계)' 음악은 취향에 가까워서 나름 재미있게 보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인지도를 가졌을 '세계 4대 뮤지컬(레 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 사이공)'의 경우 그렇게까지 취향은 아닌지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품군은 아니다.(예전에, 영화 버전 <오페라의 유령>과 뮤지컬 버전 <캣츠> 공연 실황을 접하고서 많이 지루해 하며 힘들어 했던 슬픈 기억이...;;) 그래서 몇 년 전에 있었던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을 일부러 찾아서 보진 않았으며, 한국 배우들이 연기한 라이센스 공연도 안보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 공연을 직접 보게 되었는데, 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오페라의 유령> 공연에서 크리스틴라울 역으로 나온 배우가 '김소현'과 '손준호'여서 그들의 결혼 소식을 접하고서 기분이 참 묘해졌다.

내가 감상한 <오페라의 유령> 공연에선 양준모와 김소현, 손준호가 각각 '팬텀(에릭), 크리스틴, 라울' 역을 연기했는데, 공연 자체가 썩 재미있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출연 배우들은 그 나름대로 각 캐릭터에 잘 어울려 보였다. 양준모의 팬텀은 '타고난 재능이 많고 내면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지만, 한 쪽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태어나 숨어 지내야만 하는 팬텀의 삐뚤어진 성격'을 탁월한 성량으로 잘 표현해 내었고, 그가 연기한 팬텀(유령) 자체가 굉장히 '강렬한 느낌'이어서 인상적이었다.

양준모 팬텀(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

<오페라의 유령> 2010' 한국 공연에 참여한 양준모 팬텀은 한마디로 '그르렁거리며 삐뚤어짐을 표현하는 짐승 버전 팬텀'이었는데, 그러면서도 어딘지 가여워 보이는 '임팩트 강하면서도 애잔한 캐릭터'였다. 그에 반해, 2010년에 재공연된 <오페라의 유령> 라이센스 공연이 뮤지컬 배우로서 첫 출연 작품인 신인 손준호는 연기력이 그렇게 세밀하거나 뛰어나진 않지만 '성악과' 출신이어서 타고난 성량이나 노래 실력은 좋은 편이었고, 비주얼이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라울' 역에 꽤 잘 어울리는 듯했다. 영화 버전 '라울'을 보고 아무 느낌이 없었던 내가, 이 '손라울'을 보구선 군데군데 설레기까지 했으니...

작년에 한국어로 공연된 라이센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갔을 때 동행한 이가 '태어나서 뮤지컬을 처음 보는 관객'이었는데, 그녀 역시 1막이 끝난 후 (극 자체가) 크게 재미있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이며 '사람들이 뮤지컬을 왜 보는 거냐..?' 이런 말을 했으나, 2막 때까지 계속 보다가 '무대는 좀 화려한 것 같으네~ 그리고, 저 라울은 좀 훈훈하다'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좋아하는 이들은 좋아하겠지만, 우리 기준에서 <오페라의 유령>이 썩 재미난 뮤지컬은 아니었다. 뮤지컬을 보러 가는 이들 중엔 영화 보러 가듯 그냥 아무 생각없이 공연장을 찾는 이들도 많을텐데, 그런 사람들 기준으로 <오페라의 유령> 스토리가 '무슨 내용'인지 단번에 이해되는 그런 이야기 구조는 아닌 듯했다. 예전에 어떤 유명 영화 블로거가 쓴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영화 버전 리뷰를 읽어본 바로는 이 작품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하다는 평을 했던데, 그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뮤지컬 버전 <오페라의 유령> 역시 마찬가지처럼 보였다.


작년 기억에 의하면.. <오페라의 유령> 라이센스 공연으로 처음 '뮤지컬 공연'에 입문하게 된 내 지인은 이 극을 두고 '무대가 화려한 것 같다'는 평가는 했지만 '스토리(극) 자체가 썩 재미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1막 보다는 2막을 더 흥미롭게 본 것 같았으며, 다음 번에도 혹시나 기회 된다면 굳이 뮤지컬 관람을 거부하진 않겠다 말했으나, 딱히 뮤지컬이란 장르 자체에 매력을 느낀 것 같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그렇게까지 선호하지 않는 것은 <오페라의 유령>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영어권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나 '웨스트엔드 뮤지컬' 자체가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대 자체는 화려하지만, 묘하게 나랑은 코드가 안맞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세계적인 거장인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란 작곡가가 '내가 선호하는 뮤지컬 음악 작곡가'는 아니기에...(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중에선, 그나마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음악이 매력 있게 들리는 편이다.)

'한정된 무대 세트'의 영향으로 향후 10년 동안은 국내 무대에서 보기 힘들거라는 <오페라의 유령> 라이센스 공연을 직접 관람하면서 가장 삘 받은 대목은 샹들리에가 오르며 '오페라의 유령' 멜로디가 <연주곡>으로 흐르던 '서곡(Overture)' 장면이었다. 그 순간이 너무 가슴 벅차서 한껏 감동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그 '서곡' 장면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전 장면을 통해 가장 마음에 든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두번 째로 좋았던 건 그 '서곡'과 똑같은 멜로디의 <노래>가 흐르던 크리스틴 & 팬텀의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장면...(크리스틴이 배 타고 팬텀의 지하 세계로 향하는 대목)


'(노래 아닌) 대사 많은 뮤지컬'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오페라의 유령> 막이 열린 후 여러 배우들이 나와서 뭐라 뭐라 길게 대사 치는 첫 장면과 이후에 자주 나왔던 '대사' 장면은 이상하게 몰입이 되지 않았으며, 본 공연에 나오는 '노래'들도 3~4곡 정도 빼고는 딱히 기억에 남는 곡이 없었다. 허나 그것은 '이야기 구조'나 해당 곡의 '멜로디'에 관한 문제일 뿐,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에 나온 배우들의 전반적인 연기 수준이나 가창력은 좋은 편이었다.(전반적으로 이 뮤지컬 안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이 입고 나오는 드레스 풍의 '의상'이 다 예뻐 보였는데, 그 대목도 살짝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이, 당시 공연을 직접 보았을 땐 <오페라의 유령>이란 뮤지컬 자체와 그 안에 나오는 노래들이 딱히 인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나, 나중에 <2009' 오페라의 유령 한국 캐스트 음반(The Phantom Of The Opera The Korean Cast 2009)>을 들어보니 '하이라이트 곡만 모아놓은 앨범'이라 그런지 해당 음반에 나온 노래 자체는 또 참 좋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2009' 오페라의 유령 한국 캐스트 음반>엔 '팬텀 노래-양준모 & 윤형석', '크리스틴 노래-김소현 & 최현주', '라울 노래-정상윤 & 홍광호'가 녹음했으며, 각각의 캐스트 별로 '중복되는 노래'를 포함하여 총 20곡이 수록되어 있다. 중복되는 멜로디의 곡을 제하면 13곡 정도이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버전 음반에 참여한 우리 나라 배우들의 '가창력' 자체는 꽤 좋은 편이다.


작년(2010년)에 새로 합류하게 된 신입 라울 '손준호'는 <오페라의 유령 한국 음반>에 참여하지 않아서 조금 아쉬운데, 실제로 들어본 바로는 남자답고 좋은 음색이었으며 '본 공연' 안에서 직접 본 '라울(손준호)'과 '크리스틴(김소현)'은 커플로서 그 나름대로 잘 어울려 보였다.

당시 그 극을 보다가 '크리스틴이 라울과의 결혼 전 팬텀을 찾아가 하룻밤 보낸 뒤, 라울이 아닌 팬텀의 아이를 낳아서 기르게 된다'는 출생의 비밀 소재의 막장 아침 드라마급 <오페라의 유령 2탄 : 러브 네버 다이즈(Love Never Dies)> 스토리가 떠올라 속으로 버럭거렸던 기억이 있다. '크리스틴은 라울이랑 더 잘 어울리는데, 앤드류 로이드 웨버옹은 왜 쓸데없이 속편을 만들어서 크리스틴과 팬텀 사이에 썸씽을 만들고 유부녀 여주인공이 불륜스런 행각을 벌이게 만들까~?' 싶어서 말이다..

물론 <오페라의 유령 2탄 : 러브 네버 다이즈>는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본고장에선 이미 성황리에 공연되었기에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불쾌한 생각이 들곤 한다. 그만큼 내가 유일하게 본 <오페라의 유령 1탄> 공연에서의 '손준호(라울)-김소현(크리스틴)' 커플은 그 자체로 봐서 꽤 훈훈한 커플이었는데, 실제로 정분이 나서 이번 달에 웨딩 마치를 올린다고 하니 문득 그 때 생각이 났다.

곧 결혼식을 올리게 될 뮤지컬 배우 '김소현(한국 크리스틴) & 손준호(한국 라울)' 커플

궁극적으로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은 '팬텀-크리스틴-라울'의 삼각 관계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마지막에 '크리스틴에게 집착하던 팬텀'이 그녀를 자신의 지하 은신처로 납치하고, 그녀의 약혼자 라울은 홀로 크리스틴을 구하러 왔다가 팬텀(유령)에게 붙잡히게 된다. 팬텀은 '라울을 살리려면 넌 내 여자가 되어야만 해~' 하고 강요하지만, 어느덧 '팬텀에게 연민을 갖게 된 크리스틴'의 키스 한 방에 이내 마음이 약해진 팬텀은 '라울'과 '크리스틴'을 함께 되돌려 보낸다.

그 후, 사람들이 몰려왔을 땐 '팬텀'이 자신의 반 쪽 얼굴을 가렸던 '가면'과 '오르골'만을 남긴 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는 결말을 맞게 되는데, 잘 어울리는 커플 <라울 & 크리스틴>이 맺어지고 멋진 캐릭터 <팬텀>은 라울에게 사랑을 양보한 채 여운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지는 <오페라의 유령> 1편 결말이 꽤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웨버씨가 괜히 '크리스틴이 라울한테 배신 때리고 팬텀과의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다~'는 2편 만들어 오리지널(본편)의 미덕을 망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유난히 그런 느낌을 갖게 된 것은 작년에 본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에서 손준호의 라울이 꽤 훈훈했던 것도 한 몫 한다. 당시 1층 앞에서 몇 줄 떨어진 좌석에서 봐서 배우의 얼굴이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느껴지는 상태였는데, 그 위치에서 보니 손라울이 무척 잘생겨 보였다. 체격도 호리호리해서 '라울 의상'이 멋지게 잘 어울렸으며, 그의 비주얼에 꽤 설레었던 몇 장면이 있었다. 이번에 김소현이 아직은 20대인 그 데뷔 2년차 뮤지컬 배우 손준호와 현실 속에서 결혼을 한다 하니 살짝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나이 차 많이 나는 '연하남'이어서..? ;;) 부디 <오페라의 유령 2탄>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은 채, <오페라의 유령 1탄> 한국 공연에서 맺어진 실제 커플 '라울'과 '크리스틴'이 잘 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