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모차르트로 인한 고용주의 고뇌, '콜로레도'

타라 2011. 6. 3. 22:52
이제까지 '모차르트' 관련 포스팅을 통해 뮤지컬(오스트리아, 프랑스) 버전 '모차르트' 속 등장 인물인 '볼프강 모차르트,  콘스탄체, 살리에리, 알로이지아, 난네를, 레오폴트, 베버 부인..' 등에 관해 소개했는데, 역시 실존 인물인 '콜로레도 대주교'를 빼먹으면 왠지 섭할 것 같았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에선 이 '콜로레도'가 나름 비중 있는 캐릭터이며 '모차르트'와 한 때 큰 '갈등'을 겪기도 하는 인물이다. 한국판 <모차르트!> 공연을 통해 민영기, 이정열 등이 이 역할을 맡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실베스터 르베이 작곡의 <모차르트!> 넘버들 중 남작 부인 & 앙상블, 남작 부인, 콜로레도 대주교가 부른 '모차르트, 모차르트!(Mozart, Mozart!)', '황금별(Gold Von Den Sternen)', '어떻게 이런 일이(Wie Kann Es Moeglich Sein)'와 같은 곡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신영숙(남작 부인)이 부른 '황금별'의 경우 <모차르트!> 한국 공연을 통해 가장 흥한 곡이고 그녀의 가창력이 뛰어나서 가끔 한국판 '황금별'을 통해 가슴 벅찬 느낌을 받기도 하나, 신영숙의 '황금별'은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간 여제 스타일'이라 '몽롱하고 편안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독일어 원 버전 '황금별(Gold Von Den Sternen)'이나 헝가리 '황금별(Csillagok aranya)'이 좀 더 듣기 좋긴 하지만...

실존 인물, 잘츠부르크 영주 '콜로레도(Colloredo)'


그에 반해, <모차르트!>란 극 안에서 콜로레도 대주교가 부르는 '어떻게 이런 일이(Wie Kann Es Moeglich Sein)'는 오스트리아 공연에서의 오리지널 독일어 버전보다 한국의 민영기 버전이 이 캐릭터에 더 잘 어우러지는 편이다. 연기야 잘하지만, 원조 콜로레도인 우베 크뢰거((Uwe Kroger)의 타고난 음색 자체가 '콜로레도 대주교' 역 하기엔 많이 '가벼운 톤'인 건 사실이니... 캐릭터 특성 상 이 극 안에서 '모차르트' 캐릭터는 가벼운 듯 하면서 아름다운 미성, 제도권 내의 관습을 중시하는 권위적인 분위기의 '콜로레도 대주교' 캐릭터는 다소 묵직한 느낌을 주는 저음 톤으로 가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같은 소재'의 극인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Mozart L'Opera Rock)>에도 '콜로레도 대주교' 캐릭터가 나오긴 하지만, 그냥 잠깐 나와서 '연기'만 하고 별도의 '노래'가 주어지지는 않는 '단역'에 가까운 등장 인물이다. 허나 그 뮤지컬 첫 장면인 '콜로레도 대주교 등장씬'에서 무척 임팩트 강한 서곡이 흐르기 때문에, 그것에 따른 '짧지만 강렬한 느낌'은 있는 편이다.

오스트리아 뮤지컬에선 '볼프강 모차르트'가 주인공이서 그런지 '콜로레도 대주교'가 다소 꼬장꼬장한 꼰대 & 악역스런 인물처럼 그려진 감이 있지만, 백과 사전에서 확인해 보니 이 실존 인물 '콜로레도 대주교'가 <원래 모차르트의 후원자였으나, 볼프강 모차르트가 자주 연주회에 불참하고 농땡이 부려서 골머리를 앓다가 결국엔 '문제 사원 모차르트'와 오랜 다툼 끝에 결별하게 되었다..>고 나온다.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콤비의 뮤지컬 <모차르트!>를 보면서,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모차르트'에게 별로 감정 이입이 안되고 묘하게 '콜로레도 대주교'가 안쓰럽게 느껴졌는데, 실제로도 볼프강 모차르트는 좀 얄미운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극 설정 상 실제 인물들의 관계와 좀 다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 뮤지컬에서 '타이틀 롤(주인공)'이라 하여 딱히 미화하지 않고 '유명한 실존 인물인 볼프강 모차르트(Wolfgang Mozart)'의 모습을 단점까지 다 포함해서 담담하게 보여준 대목은 꽤 마음에 든다.(제일 싫은 게 '실존 인물을 드라마나 영화, 연극, 뮤지컬 주인공으로 하여 극강 미화하는 극'이기도 하기에...)

그런데.. 그들의 실제 모습을 담은 '초상화'를 보면 볼프강 모차르트(Mozart)는 약간 성깔 있어 보이고(그의 가장 유명한 초상화 모습), 의외로 살리에리(Salieri)나 콜로레도(Colloredo) 대주교가 순한 인상이어서 종종 놀라곤 한다. 실제론 어떤 성격이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지만 말이다..


'히에로니무스 그라프 폰 콜로레도(Hieronymus Graf von Colloredo)'는 볼프강 모차르트가 활동했던 시기의 잘츠부르크 대주교로, 당시의 '대주교'는 한 지역을 다스리는 '군주'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 시기 오스트리아는 신성 로마 제국에 소속된 하나의 공국이었고, 모차르트가 살던 '잘츠부르크'는 대주교가 다스리던 별도의 지역이었기에 '콜로레도 대주교'는 영주와 비슷한 개념의 인물인 것이다.

음악가들이 누군가의 후원을 받아야만 활동할 수 있었던 그 때, '콜로레도 대주교'는 '볼프강 모차르트'의 고용주이기도 했다. 각 시대별로 '직업'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지는데, 지금의 '의사'가 조선 시대 땐 중인 계급에 속했고 '연예인'들이 천민 집단인 광대였듯, 18C 오스트리아에서 모차르트 같은 '음악가'들은 그렇게 고귀한 신분이 아니어서 하인과 비슷한 대접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 <추노>에 나오는 노비들처럼 무보수(?)로 착취 당하진 않았으며, '악단'에 소속되어 나름의 '연봉'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의 볼프강 모차르트는 자유 분방한 기질 or 방랑벽이 있었던지(아님, 그의 아버지가 어린 시절부터 유럽 전역으로 '여행 다니는 습관'을 길러주어 그리 된 것인진 모르겠지만) 여기 저기 '음악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고용주인 콜로레도 대주교는 허락 없이 자주 자리를 비우던 모차르트를 굉장히 못마땅해 했었다. 

뮤지컬에도 '모차르트가 콜로레도 대주교에게 쫓겨나는 대목'이 나오는데, 사실 그건 '콜로레도'가 나쁜 사람이어서라기 보다는 젊은 사원(볼프강)이 하도 말 안 듣고 제멋대로 행동하니 화가 나서 그리 했던.. 일종의 <입장 차이> 같은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어쩌다 '모차르트(Mozart)'가 후대에 무척 유명해지고 여러 극의 '주인공'이 되다 보니 그 '주변 인물들'의 입장이 극 안에서 세밀하게 표현되진 않지만, 시대적 배경을 막론하고 누구나 '그 입장'이 되면 당연히 '제멋대로 행동하는 고용인(자신에게 소속된 농땡이 사원)'이 못마땅하고, 속에서 열이 나면서, 당사자와 이런 저런 갈등을 겪었을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