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시대의 희생양? 모차르트의 누이 '난네를'

타라 2011. 5. 11. 23:27
유명한 작곡가 모차르트(Mozart)가 그러했듯, 그 윗대인 모차르트 부모도 총 7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그 중 5명은 죽고 결국 '난네를'과 '볼프강 모차르트'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그 시기엔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탓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누나인 <난네를(닉네임)>의 본래 이름은 '마리아 안나 발부르가 이그나티아 모차르트(Maria Anna Walburga Ignatia Mozart)'이며, 줄여서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Maria Anna Mozart)'라고도 한다.

유아기 때 사망한 모차르트의 다른 형제들과 모차르트의 몇몇 자식들 & 36세의 나이로 요절한 모차르트와는 달리, 그의 부인 '콘스탄체'나 누이 '난네를'은 80세 가까이 사는 등 그 시기로선 꽤 높은 수명을 누리다 갔다.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그녀의 실제 성격이 어땠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긴 힘들지만,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콤비의 뮤지컬 <모차르트!>에 나오는 모차르트의 누이 '난네를(마리아 안나)'은 살짝 애잔한 느낌이 나는 캐릭터이다.

어린 시절의 난네를(마리아 안나)


볼프강 모차르트(Wolfgang Mozart)보다 5살 연상인 친누나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 애칭은 '난네를(Nannerl)'이었고 그 뒤론 '마리안네(Marianne)' 혹은 '마리아 안나(Maria Anna)'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어쩌다 '난네를'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다. 또 '볼프강 모차르트' 아버지 이름이 '레오폴트 모차르트'이고 그의 누이가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인 걸로 봐서 '모차르트(Mozart)' 호칭은 이 집안 사람들의 성인 것 같은데, 어쩌다 '볼프강'이란 이름보다 다른 가족 이름에도 붙는 '모차르트'가 이 작곡가의 공식 호칭이 되었는지.. 조금 의아하게 느껴진다.

실베스터 르베이 작곡의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볼프강 누이인 '난네를'이 '왕자는 떠났네(독일어판 원 제목-Der Prinz Ist Fort)'란 솔로곡을 부르는데, 이 곡의 느낌만 봐도 난네를은 꽤 애틋한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2010년에 한국어로 공연된 라이센스 버전 <모차르트!>에서 배해선 난네를이 부른 이 곡의 느낌이 그럭저럭 괜찮게 느껴졌다. 2011년 공연에선 다른 여배우가 이 역을 연기하는 모양이다.

한국판 초연이나 오리지널 독일어(오스트리아판) 버전도 좋지만, 이 곡(난네를 솔로곡)에 관한 한 가장 마음에 든 건 헝가리판이었는데, '왕자는 떠났네' 헝가리 버전에선 곡 후렴부에 '난네를'과 '레오폴트' 이중창이 등장한다. 그 대목의 느낌이 아주 좋고, '난네를(Janza Kata)' 혼자 부르는 앞부분 역시 꽤 인상적이었다. 헝가리판 '왕자는 떠났네'는 뭔가 포근하고 몽롱~하면서도 애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왕자는 떠났네 or 그(볼프강 모차르트)는 다른 곳으로..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Mozart)!> 헝가리 버전

이 곡은 '볼프강 모차르트'가 두번 째로 가출한 뒤 그의 누나인 '난네를'이 떠난 동생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이며,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Mozart!)> 안에서 '난네를 모차르트'는 부드러운 여성 캐릭터로서 '레오폴트 모차르트'와 '볼프강 모차르트', 심하게 갈등 일으키는 그 부자(父子)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난네를(=마리아 안나 모차르트)'은 이 작품 안에서 뿐 아니라 실제로도 큰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여성인 듯하다.

사람은 타고난 재능이나 기질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환경'의 영향도 무척 많이 받는 존재이다. 제 아무리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태어났어도 그걸 제대로 계발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고, 천성적으로 밝고 착한 마음을 갖고 태어난 사람도 주변 환경이 개떡 같으면 삐뚤어지거나 음울한 성격의 존재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마리아 안나'의 경우 '남동생 볼프강 모차르트 못지않은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었으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 못했던 시기에 태어나서 그 능력을 마음껏 펼쳐보지 못한 인물'이기에, 어떤 면에서 보면 주변 환경의 희생양이라 할 수 있다.

난네를(마리아 안나) 35세 무렵

7세 때부터 아버지(레오폴트)로부터 하프시코드를 배우기 시작한 난네를 역시 어린 시절부터 '신동' 소리를 듣던 재능 있는 여성이었으나, 당시의 사회는 여자가 전문적인 연주가로 생활하기엔 애로 사항이 많았기에 레오폴트는 아들인 볼프강 모차르트를 누나인 그녀보다 더 집중적으로 키워주게 된다.

소시 적에 연주 여행을 다니며 많은 연주료를 받았던 난네를(Nannerl)은 18세 이후부턴 동생 볼프강 모차르트(Wolfgang Mozart)의 '연주 여행'에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집에서 살림을 도우면서 신부 수업이나 해야 했다. 한마디로 아까운 재능을 썩히게 된 셈이다.

반항아 동생과 달리 '순종적인 딸이었던 난네를'은 아버지 반대로 사랑했던 남자의 청혼을 거절한 뒤, 33세 무렵에 집에서 허락하는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그런데.. 당시의 난네를은 초혼이었던 것에 반해, 그 남자는 2번 정도 결혼 경력이 있었던 뭔가 좀 불공평한 결혼..;;)

동생 '볼프강'이 집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했던 탓인지, 시누-올케 사이임에도 '난네를'과 '콘스탄체'는 별로 왕래가 없었던 모양이다. 모차르트 죽고 나서 몇 십 년이 흐른 뒤 우연히 콘스탄체와 재회하게 된 난네를은 그녀가 재혼남 니센과 함께 '모차르트 자서전'을 낸다는 말을 듣고서 자신이 갖고 있던 모차르트 관련 자료를 제공하였다. '모차르트' 서적 관련하여 한 때 그가 부인 콘스탄체 뿐 아니라 아버지인 레오폴트와 주고 받았던 '편지'가 책으로 나온 적 있는데, 그 자료는 난네를의 소장품에서 나온 것 같다.

난네를=마리아 안나 모차르트 & 볼프강 모차르트


고향을 떠나 살다가 51세 때 과부가 된 난네를(마리아 안나 모차르트)은 자녀들과 함께 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와서 '음악 교사'로 일하다가 79세 때 생을 마감했다.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까지 그의 사후에 난네를이 책임지게 되었는데, 다행이 남편으로부터 물려 받은 유산이 있어서 경제적으로는 비교적 여유 있게 살았다고 한다. (빚을 많이 지고 죽은 동생 '볼프강 모차르트'와 달리) '난네를'은 죽을 당시에도 거액의 유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 그렇게 형편이 좋으면서도 '음악 교사' 생활을 했던 건 그녀가 갖고 있던 '음악적 열망'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볼프강 모차르트 이전에, 그 집안의 '원조 신동'이었던 난네를(마리아 안나 모차르트)도 꾸준히 음악적 역량을 쌓아 나갔다면 후대에까지 이름 날리는 좋은 '음악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딸(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타고난 재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모차르트 집안 & 시대의 희생아 난네를'을 생각하면, 어쩐지 뮤지컬 <모차르트!> 안에서 그녀가 부르는 솔로곡 만큼이나 마음이 애잔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