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여성들의 안전한 밤외출 보장했던 조선 풍습

타라 2012. 6. 14. 23:17
언젠가부터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사고'를 다룬 보도 내용들을 보면, 웬만한 공포 영화보다 무서운 실화들이 많아졌다. 특히 물리적인 힘이 약한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벌이는 파렴치범들이 늘어났으며, 요즘 범죄자들은 초등 학생과 같은 어린 아이들까지 건드리는 막장 행태를 선보이고 있다. 하도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가끔은 '거리의 상점이 밤에 문 닫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 택시도 낮/밤 교대로 해서 밤새도록 다니는 등 여자들이 혹시나 귀가가 늦어지거나 밤에 돌아다니더라도 별로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비교적 가까운 우리 선조들의 시대엔 꽤 '바람직한 풍습'이 존재해서, 굳이 저런 환경이 조성되지 않더라도 아녀자들이 마음껏 밤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이름하여 '초경(初更) 제도'라는 것인데, 조선 후기에 존재했던 그것은 '날마다 저녁 8시가 되어 초경(=저녁 8시를 알리는 표식)이 울리면, 모든 남자들이 귀가를 해야만 하는 제도'였다.

조선 후기 남성들, 귀가 시간 5분 전..


그러니까 현대에 있었던 '야간 통행 금지'랑 내용 면에서 조금 비슷한데, 조선 시대의 '초경(初更) 풍습'은 그 대상을 '남성'들에게만 한정시켜 놓은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나라에서 법적으로 '남정네들은 절대 저녁 8시 이후론 집밖으로 못 나오게 & 늦어도 저녁 8시까지는 온 나라의 남자들이 집에 돌아가 있도록' 정해 놓았으니 그 시기의 밤거리는 온통 여자들만이 돌아다닐 수 있었고, 딱히 물리적으로 위협하거나 음흉하게 접근해 오는 남성들이 없으니 그런 제도가 있었던 조선 후기 여성들은 안전하게 밤거리를 쏘다닐 수 있었다.

혹시라도 '통행 금지 시간'을 어기고 거리에 남아 있던 남성들은 최대한 여성들 눈에 띄지 않는 상태에서 귀가해야 했으며, 귀가 도중 거리에 있던 여성들에게 접근하기라도 하면 엄한 벌에 처해졌다. 이것은 불과 '지금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19세기 말 무렵의 조선의 거리 풍경'이다.


물론 '여자들만 마음껏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더러운 세상'이 되면 곤란하기에, 그 시기의 조선에선 '여자들이 밤에는 마음껏 거리로 나올 수 있는 반면, 낮 시간엔 바깥 출입을 못하도록' 법으로 또 정해 놓았다고 한다. 공평하게 '낮' 시간엔 <남자>들만 바깥 활동을 하고 여자들은 집 안에만 있게끔 & '밤' 시간엔(자정 이전까지) <여자>들만 바깥 출입을 하고 남자들은 집 안에 있게끔 제도화 시켜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들이 밤에 영 돌아다닐 수 없었던 건 아니다. 저녁 8시~밤 12시(자정)까진 여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밤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입장 체인지'하여 이번엔 아녀자들이 귀가하고 집에 있던 남성들은 자정이 되어 다시 밤거리로 나올 수 있었기에 말이다.


굳이 그러한 제도를 만든 것은 '밤이 되면 남성들이 이성을 잃고서 아녀자들을 희롱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그 제도를 실시하던 도중 잠깐 폐지시킨 적도 있었는데, 그리 하면 꼭 사고를 치는 남성들이 있었기에 다시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 선조들의 이러한 풍습이 '성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굉장히 합리적인 제도'였다고 생각한다.


가끔 신문지상에 암담한 성폭행 사건이 오르내리면 꼭 '피해 여성의 옷차림이 바르지 않았겠지..' 내지는 '여자 쪽에서 먼저 유혹한 거 아냐?' or '그러게, 여자가 왜 밤에 쏘다니고 난리야~' 이런 류의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의견은 '사건의 가해자=성폭행 사고를 일으킨 남성 범죄자'에게 돌려야 할 탓을 엄한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으므로 결코 올바르지 못한 의견이다.

만일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행해졌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운 초경(初更) 제도(저녁 8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남성들이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가 요즘에도 존재한다면, 그런 류의 부당한 책임 전가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예외적인 상황으로, 이미 귀가했어야 할 어떤 남성이 밤거리에 남아서 그런 류의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해 여성을 탓하지 않고 '그러게.. 남성들을 범죄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국가에서 법적으로 일찍 귀가하도록 정해 놓았는데, 남자가 왜 그 시간에 밖에 나가선 자기 호적에 빨간 줄 그을 짓(관용어적인 표현)을 하냐..?' 식으로 반응할 것이기에 말이다.

물론 현대 사회에 적용하긴 좀 곤란한 구석이 있지만, 조선 시대 때 존재했던 저 초경(初更)제가 '여자들을 성 범죄의 위험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아예 성폭행 사건이 벌어질 만한 상황 자체를 차단하여 남자들이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현명한 풍습'이었던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