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2011년 재공연 될 라이센스 뮤지컬 '모차르트!'

타라 2011. 4. 27. 14:23
작년 초에 국내 버전으로 공연되었던 뮤지컬 <모차르트!>가 오는 5월 24일부터 재공연을 실시한다. <모차르트!>는 여러 뮤지컬을 함께 만든 바 있는 작사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의 작품으로, 1999년 10월에 빈에서 초연된 오스트리아 뮤지컬이다. 초연 당시 '연출'은 오페라 감독 출신인 하리 쿠퍼(Harry Kupfer)가 맡았다.

오스트리아 빈 공연 이후 독일과 헝가리, 일본 등지에서 로컬 버전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모차르트!(Mozart!)>는 2010년 우리 나라 배우들이 출연하는 한국어 버전을 선보였으며, 한국 초연에선 임태경, 박건형, 박은태, 김준수(시아준수) 등이 '모차르트' 역을 연기했다. 2011년에 오픈하는 <모차르트!> 라이센스 공연은 '임태경, 박은태, 김준수(시아준수), 전동석'의 쿼드 캐스팅이며, 한국 초연 멤버인 박건형이 빠지고 신예 전동석이 '모차르트' 역에 새로이 캐스팅되었다. 이번에 네 명의 주인공(모차르트 역) 모습을 담은 새로운 포스터가 나왔는데, 분위기가 꽤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센스 뮤지컬 <모차르트!> 모차르트 역(임태경, 박은태)

라이센스 뮤지컬 <모차르트!> 모차르트 역(김준수, 전동석)

뮤지컬 <모차르트!>는 전체적으로 보면 '서로 일맥상통하는 극 구성을 갖고 있으면서 각각의 얘기를 하고 있는 2파트(1막과 2막)'로 나눠져 있으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3파트'로 나눠진다.

1) '볼프강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어린 볼프강의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며 후원자를 모으고, 이후 청년으로 성장한 볼프강은 당시 잘츠부르크의 영주나 마찬가지인 콜로레도 대주교 밑에서 음악 활동을 하지만, 이내 그런 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자유를 갈구한다.

2) 다른 도시에서의 생활 중 베버 가족을 만나게 된 볼프강은 그들의 유혹에 넘어가 무일푼 신세가 되고, 어머니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절망하다가 고향으로 되돌아 간다. 이후 어딘가에 매여있어야 하는 직장 생활(당시의 작곡가들은 영주나 황제에게 소속되어 활동할 수 있었음)에 잘 적응하지 못한 채, 콜로레도 대주교와 큰 갈등을 겪던 모차르트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나온다.

3) 빈에서 베버 가족을 다시 만난 볼프강은 그 집 딸인 콘스탄체와 결혼을 하게 되고, 타고난 재능으로 인해 작곡가로 잘나가지만 고향에 있는 아버지와 누나를 잊은 채 흥청망청한 생활을 지속한다. 콜로레도 대주교의 명으로 볼프강을 잘츠부르크로 데려가기 위해 빈에 온 레오폴트는 아들의 방탕한 생활과 오만함에 실망하고, 볼프강은 볼프강대로 아버지가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며 슬퍼한다.

그렇게 부자(父子)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레오폴트는 세상을 떠나고.. 그 충격으로 정신적 혼란을 겪던 볼프강 모차르트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레퀴엠' 작곡을 의뢰한다. '레퀴엠' 작곡에 이어 친구 쉬카데너의 요청으로 오페라 작곡을 하는 등 무리한 작곡 생활을 이어가던 모차르트는 극도로 쇠약해져 가고, 결국 아마데(모차르트의 음악적 재능에 대한 상징적 존재)와 함께 '레퀴엠'을 쓰다가 그것을 완성하지 못한 채 36세라는 젊은 나이로 요절하고 만다..
 
이것이 뮤지컬 <모차르트!>의 기본 줄거리인데, 연대별 '모차르트의 일대기 나열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터라 '극 구성' 자체가 그렇게까지 흥미진진하지는 않다. 동일한 소재로 비교적 최근에 프랑스에서도 <모차르트 오페라 락/모차르트 락 오페라>란 작품이 만들어졌는데, 그 뮤지컬 역시 '각 인물들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모차르트 일대기 나열형'으로 극이 진행되기에 스토리 상의 미덕이 그리 큰 편은 아니며, 넘버의 힘과 화려한 볼거리 & 배우와 캐릭터의 매력으로 어필하는 작품에 가깝다.

몇 년 전, 독일어권에서 <모차르트!>가 '뮤지컬 콘서트' 버전 DVD로 나온 바 있다.('볼프강 모차르트' 역에 라스무스 보르코브스키 출연, '콜로레도 대주교' 역에 우베 크뢰거 출연) 이전에 다른 작품으로 먼저 접한 적 있는 독일어권의 라스무스 보로코브스키(Rasmus Borkowski) 자체가 워낙에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인지라 그 버전에선 '모차르트'도 꽤 인상적이었고,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우베 크뢰거(Uwe Kroger)가 연기한 '콜로레도 대주교'도 무척 매력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보통 '부주교' or '대주교' 하면 종교적인 직책이 연상되기 쉬운데, 뮤지컬 <모차르트!>에 나오는 '콜로레도 대주교'는 그런 의미하곤 약간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모차르트가 활동하던 그 시기의 '오스트리아'는 지금처럼 단일 국가가 아닌 '여러 나라들로 이뤄진 국가'였었다. 당시의 오스트리아는 신성 로마 제국에 속한 여러 공국 중 하나였고, 모차르트 고향인 잘츠부르크는 (국왕이라고 하긴 좀 뭣하지만) 일국의 군주 같은 역할을 했던 '콜로레도 대주교'가 통치하고 있었다.

잘츠부르크 영주인 콜로레도 대주교는 자신의 오케스트라를 소유할 수 있었고, 그 시기에 비루한 신분이었던 모차르트 가문 사람들은 그에게 고용되어 있던 입장이었다. 


여러 문헌들을 보면, 그 때 음악가들(작곡가나 피아니스트, 바이올린 연주자 등)은 영주의 '하인'들과 비슷한 취급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우리 나라로 치면.. 지금이야 '의사' 하면 좀 대접해 주는 직업군에 속하지만, 조선 시대 때의 의사=의원은 '중인 신분'으로 그리 대접 받던 위치의 사람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요즘엔 재능만 있으면 '작곡가'도 돈 많이 벌고 큰 명성을 누릴 수 있는 직업에 속하나 '모차르트 시절'엔 그저 영주에게 소속되어 하인 같은 취급을 받던 열악한 직업군이었던 것이다..

원래 뮤지컬 <모차르트!(Mozart!)>의 오리지널 오스트리아 버전에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라는 동일한 인물 내에서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인간 모차르트'를 분리하여 각각 <아마데>와 <볼프강>이라 이름 붙인 뒤 그러한 '한 개인의 갈등'을 부각시켜 놓았는데, <모차르트!> 한국어 버전에 와선 그러한 대목이 잘 살지 않았고 '레오폴트와 모차르트, 그 부자간의 갈등'이 스토리의 주가 된 느낌이다. 거기에, 콜로레도 대주교와의 갈등이 살짝 들어간다.


한국판 <모차르트!>를 보면, 원래 '개성 있는 캐릭터'였던 콜로레도 대주교 뿐만이 아니라 모차르트 아버지(레오폴트)의 입장에도 공감이 많이 간다. 오히려 주인공 모차르트보다 더 감정 이입되는 느낌이랄까-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상대적인 경향이 있기에, 볼프강 모차르트가 갈구하던 그 '자유'라는 것은 아버지인 레오폴트 입장에서 보면 다분히 '방종'일 수 있다. 


실제로, 모차르트가 직장(영주 휘하의 악단)을 박차고 나간 뒤 콜로레도 대주교가 그 아비인 레오폴트에게 모종의 복수(?)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의 사회적 체계와 신분 상 '잘츠부르크 영주'에게 소속되어 일할 수밖에 없었던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그곳에서 성실하게 일하여 승진을 거듭하고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었는데, 그 아들(볼프강 모차르트)이 콜로레도 대주교와 갈등하며 속을 썩이는 바람에 영주인 그가 '아버지 되는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승진을 제약하고 오케스트라 운영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제멋대로인 '아들' 때문에 성실하게 직장 생활 잘했던 '아버지'가 피해 입게 된 케이스이다. 그러한 이유로, 아버지가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는 아들 '볼프강 모차르트'와 갈등을 겪다가 결국 실망하고 떠나는 '레오폴트 모차르트'도 이 극 안에선 충분히 '그럴듯한 사연'을 가진 인물이라 할 수 있다. 


2011년에 재공연 되는 <모차르트!> 라이센스 공연에선 민영기와 이정열이 '콜로레도 대주교' 역을, 서범석과 윤승욱이 '레오폴트(모차르트의 아버지)' 역을 맡게 될 예정인데, 주인공 뿐 아니라 이들이 보여주게 될 '공감 가는 조연 캐릭터'도 상당히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