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2001 DVD (1)구관이 명관

타라 2011. 4. 27. 07:27
오랜만에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 2001년 초연 버전의 DVD를 다시 보았다. 마침 최근에 '연출과 무대 세트, 의상, 안무, 배우진이 바뀐 2010년 뉴 버전 DVD'도 출시되었기에, 두 판본을 '비교'해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프랑스 <로미오 & 줄리엣>의 2막은 좀 지루한 듯 하지만 1막은 재미난 편이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 작사/작곡의 이 뮤지컬은 음악(뮤지컬 넘버들)이 정말 좋은데, 언제 들어도 역시 명곡이란 생각이 든다. 

2007년 이후로 새 멤버, 새로운 편곡, 새로운 연출의 뉴 버전 <로미오 앤 줄리엣>도 탄생했지만, 이 작품은 전반적인 면에서 2001~2002년 초연 버전이 더 나은 것 같다. <로미오와 줄리엣> 2001' 공연 실황은 국내에서 정식으로 출시된 여러 프랑스 뮤지컬 DVD들 중 '상품 구성'도 무척 좋은 편에 속한다.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 &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 조합'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초연 (2001~2002년) 때 프랑스 내에서 굉장히 히트쳤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 한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 & 조이 에스뗄(Joy Esther) 조합'의 2010년 프랑스 파리 공연은 흥행 면에서 큰 재미는 못본 모양이다. 예정되었던 지방 공연도 취소되었다. 공연 당시(2010년 2~4월) 프랑스 내 티켓 사이트 판매 순위에서 그리 상위권도 아니었으며, 2010' 뉴 버전 음반도 2000' 초연 앨범에 비해선 반응이 좀 약한 분위기.. 거기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전반적인 극 구성이나 편곡 수준, 반주를 담당하는 오케스트라 & 앙상블의 퀄러티, 출연진(배우)들의 역량 면에서 이번 2010년 버전 보다는 2001년 초연 버전이 훨씬 낫다. 대략적인 안무나 극의 정서 면에서도 오리지널 초연 버전이 더 나아 보인다.(주인공 둘이 실제 연인이라 그런지, 2010년 버전에선 쓸데없이 '키스씬을 남발'하는 연출을 선보이던데, 그런 과한 설정은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유혹'의 법칙엔 언제나 '과유불급'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완전 창작은 아닐지라도, 어쨌든 셰익스피어가 썼다고 알려져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내용 자체는 워낙에 '오래 전'에 만들어진 이야기인지라 '요즘' 기준으로 봤을 때 그리 큰 매력이 느껴지는 스토리는 아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두 주인공 캐릭터도 그리 미덕 있는 캐릭터는 아닌 듯하다. 너무 많이 알려진 내용이어서 이 주인공 &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진부'할 수밖에 없는데... 그 와중에,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DVD에 나오는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 &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 조합'의 초연 버전은 나름의 '특징'과 '설득력'을 가진 <로미오 & 줄리엣> 이야기처럼 보인다.


이 버전에선 극 안의 설정과 비슷하게 '실제로 20세, 17세인 로미오와 줄리엣 역의 배우'가 출연했다. 노래 가사 중에 로미오는 스무 살(20세-우리 나이로 하면 21~22세), 줄리엣은 열 여섯(16세-우리 나이로 하면 17~18세)이라고 나오는데, DVD에 찍힌 공연 당시의 다미앙 사르그는 정말 20세였고 세실리아 카라는 17세였으니...

2007' 뉴 버전 공연 이후론 동일 멤버인 다미앙 사르그가 스무 살의 '로미오' 역 하기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버렸고, 세실리아 카라와 비슷한 연령대인 조이 에스뗄 역시 '줄리엣' 역을 소화할 만큼 풋풋한 나이가 아니어서.. 그런 데서도 극의 장점과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만들어 놓은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 초연 DVD 내용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면, 이 작품 안에 나오는 '줄리엣'은 '절대적으로 풋풋하고 세상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어린 나잇대의 소녀'이기 때문에 (그 진부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았다. 헌데.. 노래 가사나 기본 설정을 살펴보면 이 뮤지컬 분위기가 좀 요상한 것이, 이 공연의 줄리엣은 왠지 모르게 남성들의 로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줄리엣 같다.(국내에선, 이런 설정 칠색팔색하는 사람들 많지만서도... 헌데, 프랑스인들은 저런 거 좋아하나? ;;)

줄리엣을 흠모하는 '티볼트' 이하 카풀렛 가문 일원들

당시 10대 후반이었던 세실리아의 줄리엣은 같은 여자가 봐도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 '우윳빛깔, 오동통한 아기 같은 풋풋한 줄리엣'이고, 그런 '줄리엣'에게 무려 세 남자들이 들이대며 난리치는데.. 그나마 '로미오'만이 '줄리엣'과 비슷한 또래이고, 그녀에게 청혼한 '파리스 백작', 남몰래 줄리엣을 흠모하고 있는 '티볼트'는 나이가 좀 있는 남자들이다. 게다가.. 줄리엣 아빠(카풀렛 경)도 결국 돈(?)에 딸을 팔아넘기듯 재력가 파리스에게 줄리엣을 시집 보내려 하지만, 그녀를 보내기 전에 이상야릇한 가사의 노래를 부른다. 오리지널 불어 버전의 '딸이 있다는 것(Avoir une fille)'.. 일명 '딸 바보송'이라 알려져 있는 그 곡은 은근히 요상한 가사의 노래인 것이다.('아빠가 딸의 남자들을 질투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음)

어쨌든.. 줄리엣을 연기하는 여배우가 1968년 영화 버전 줄리엣인 올리비아 핫세(Olivia Hussey)처럼 탁월하게 청순하고 예쁠 거 아니면 '자기만의 독자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특징' 있게라도 가야 되는데, 그런 면에서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DVD) 버전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이나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는 올리비아 핫세의 영화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또 다른 개성을 선보인 '로미오 & 줄리엣'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동일한 '영화'의 경우, 바즈 루어만 감독의 1996년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클레어 데인즈(Claire Danes)는 올리비아 핫세(Olivia Hussey)에 비해 미모도 한참 딸리고 '별 특징 없는 무매력 줄리엣'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버전 영화는 뭔가 어정쩡한 분위기에, 다 보고 나면 여주인공인 '줄리엣(클레어 데인즈)'은 생각 안나고 오직 '로미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만이 기억에 남는다.

그에 반해, 프랑스 뮤지컬 초연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 줄리엣'은 탁월한 미인은 아닐지라도 <자기만의 고유한 특징과 미덕>은 있는 줄리엣이다.(세속의 손이 닿지 않은 듯한 순백색의 오동통한 아기 줄리엣이라고나 할까-) 또한.. 비록 레다의 연출이 그렇게까지 빼어나다고 생각진 않지만, <로미오 & 줄리엣 뉴 버전 공연>에서 바뀐 안무 보니까 이 뮤지컬 초연 때 '안무와 연출'을 맡은 레다(Redha)의 그것이 그나마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 레다가 선보인 안무 중에는 굉장히 큰 미덕을 발휘하는 몇몇 장면들도 있다.

로미오 친구인 벤볼리오, 머큐시오를 포함한 몬테규 가문 일원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 이 뮤지컬 '제작자이자 작사/작곡가인 제라르'가 2007년 대만 공연 이후로 '연출 & 안무가인 레다'와 결별했다고 하던데.. 어쩐지 배드 초이스 같다. 안무를 대폭 갈아치운 2010년 파리 공연 DVD 영상을 보니, 전반적으로 '구관이 명관~'이란 생각이 든다.

프랑스에서 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 <로미오 &  줄리엣> 최근 2010년 공연이 초연(2001~2002년) 때 만큼 히트치지 못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 극의 투톱 주인공 중 한 명에 해당하는 '바뀐 줄리엣(조이 에스뗄)'의 전반적인 '가창력' 수준도 너무 열악하고, 안무도 별로인데다가, 연출도 난잡하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버전도 극 구성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뉴 버전 공연의 전반적인 짜임새를 보니 그나마 초연 버전(2001' 오리지널 DVD 공연 실황)이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들이 노래할 때 깔리는 반주 편곡이나 앙상블 실력도 초연 버전이 더 훌륭해 보인다.

이 뮤지컬 DVD를 맨 처음 봤을 때엔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지 않았었는데, 그 이후로 이보다 못한 버전을 보다 보니까 '생각보다 그게 괜찮은 거였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