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오비 삼척, '내 코가 석자'의 유래는?

타라 2011. 4. 16. 06:55
요즘 날만 새면 꿀꿀한 뉴스들(비교적 믿을 만한 소식)이 들려와서 마음껏 봄을 만끽하기가 뭣한 상태이다. 후쿠시마 원전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근 국가' 그리고 '전 세계인들'의 미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문제로 돌아서지 않았나 싶다. 미리 겁먹고 하루 하루를 불필요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벼운 문제로 넘기기도 곤란한데, 의외로 아무 생각 없이 여전히 해맑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들도 많은 듯하다.

가장 다급해야 할 일본 쪽 국민들도 천하태평이긴 마찬가지다. 위험 수위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밝혀졌음에도 그들이 그리 태연할 수 있는 건, 일본 정부 & 언론이 심각한 진실에 대해선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리히텐베르크(Lichtenberg)가 이러한 '신문(언론) 보도'를 두고 <3퍼센트의 진실>이란 경구(警句)를 남긴 적이 있다.


1년치 신문을 구해서 한꺼번에 읽어 내려가던 그는 전반적인 신문 내용을 훑어본 뒤 "내가 신문 기사에서 얻은 건 <50%의 그릇된 희망>과 <47%의 그릇된 예언>, 그리고 <3%의 진실> 뿐이었다~"라고 말했다. 그게 18세기 때의 일인데, 그로부터 몇 백 년이 지난 지금도 고작 '3%의 진실'만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는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특히, 요즘의 일본 언론~)

적절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정확한 보도'라도 해 주면 좋을텐데, 꼼짝없이 대재앙을 맞게 된 후쿠시마 근처의 일본 주민들이 참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죄 없는 동물들도... 무엇보다, 앞으론 그 인근 바다 환경이 많이 변할텐데 인간들의 욕심과 실수로 인해 큰 피해를 입게 될 '바닷 속 생물'들에게도 측은한 마음이 든다. '감정을 지닌 인간'이기에 당연히 느낄 수 있는 측은지심이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 당장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의식주도 그리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이다. 옆나라 일본은 해외 쪽에 부동산도 많이 소유하고 있고 '나라가 부자'이기라도 하지만, 우린 그렇게까지 잘 사는 나라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앞으로의 우리 삶도 장담할 수 없는데, 지난 달에 '재벌 국가 일본이 자연 재해 입었다고, 중산층 국가에도 못 드는 우리 나라에서 거국적 차원의 모금 운동을 벌인 것'은 살짝 코미디스런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마트에서 구입하려던 생수의 한 브랜드가 품절되어서 판매 중지되었고 전반적인 생수값도 올라서 기분이 좀 언짢았는데, 지금 옆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은연중에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일상 속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점점 '지금 남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내 코가 석자다~'라는 상황을 강하게 인식시켜줄 것 같다. 다방면에 걸쳐서 말이다..


<내 코가 석자다=오비(吾鼻)가 삼척(三尺)이다>는 '당장 나의 일도 감당하기 힘든 관계로 남의 사정을 제대로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정확한 유래라고 보긴 어렵지만, 이 속담의 기원과 관련하여 우리 나라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신라 시대에 '김방'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훗날 <흥부전>의 모태가 되는 이야기인데, '흥부 놀부'와 반대로 그의 형제는 동생이 부자이고 형은 가난했다. 궁핍한 살림에 생활이 힘들었던 형은 이웃에게 자그마한 땅을 빌려 거기에다가 농사를 지을려고 동생에게 씨앗을 달라고 부탁하러 갔다.

그런데, '심술궂은 놀부 심보'를 가진 동생은 형 방이에게 줄 '씨앗'을 전부 쪄서 그에게 주었다. 그런 이유로 형이 심은 씨앗은 죄다 죽어버리고 제대로 싹이 트질 않았는데, 그 중 하나가 싹이 터 '한 자가 훨씬 넘는 길다란 이삭'을 남겼다. 하지만 그마저도 새가 쪼아서 물고 가 버렸다.

이후론 다소 판타지스런 내용이 펼쳐지는데.. 자기 이삭을 물고 간 새를 쫓던 형 '방이'는 새가 들어간 바위의 자그마한 틈새 앞에서 밤을 지새우다가 요술 금방망이를 지닌 무리를 목격하게 되었고, 그들이 밤새 놀다가 바위 틈에 꽂고 가 버린 그 '금방망이'를 갖고 돌아와 금세 부자가 되었다.(그 금방망이는 '금 나와라 뚝딱~'하면 바로 금이 쏟아지는 '마법 방망이'였음)

그 소식을 들은 부자 동생은 '더 큰 부자'가 되려고 형이 갔던 그 장소에 찾아갔으나, 무리들에게 금방망이를 훔친 범인으로 몰려 '코를 석 자나 잡아 뽑히는 봉변'을 당한 채 돌아와야만 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내 코가 석자다(오비가 삼척이다)~'에서의 그 '코가 석 자'는 신라 시대 자료에 남아 있는 이 <방이 설화>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지금은 그 말의 쓰임새(속뜻)가 약간 변하여 '내가 처한 곤경으로 인해 남을 돌아볼 여력이 없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내 코가 석 자다, 오비삼척(吾鼻三尺).. 요즘 들어, 머릿 속에서 유난히 자주 떠오르고 있는 문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