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심오한 교훈, 샤를 페로 동화 '빨간 망토'

타라 2011. 3. 15. 21:55
예전에, 아는 분께서 초대권을 주셔서 동화 '빨간 망토(Little Red Riding Hood)'를 소재로 한 '발레극'을 본 적이 있다. 어린 시절에 '한 무용극'을 좀 지루하게 본 기억이 있어서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감상했는데, 의외로 꽤 재미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빨간 망토 or 빨간 모자 or 늑대와 빨간 망토 or 빨간 망토와 늑대> 동화 '스토리 종류'가 버전 별로 여러 가지 존재하는데, 일전에 본 '발레극'에선 빨간 망토 아가씨와 할머니가 '요정'의 도움을 받아 음흉한 늑대의 위기로부터 벗어난다는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났다. 최근엔 이 <빨간 망토(Little Red Riding Hood)> 이야기를 기본 모티브로 한 <레드 라이딩 후드(Red Riding Hood)>란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3월 17일이 개봉일이라 알려져 있다.(곧 있으면,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을 듯...)

작품의 제목에 나오는 '레드 라이딩 후드(Red Riding Hood)'란,

'후드 모자가 달린, 길다란 외투 같은 빨간 망토'를 뜻하는 말이다.


곧 개봉될 '영화' 이전에 나온 <레드 라이딩 후드>란 '소설'도 있는데, 다크 포스 물씬 풍기는 '스릴러물'이라고 한다. 같은 <빨간 망토 이야기>에서 파생된 것이지만, 이번 소설 & 영화 버전은 원작 '동화'나 한 '발레극'에서 본 것이랑은 작품 성격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빨간 망토>는 유럽에서 오래 전부터 구전되어 내려 온 민담을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가 17세기 무렵 정착시켜서 널리 알려지게 된 동화인데(그림 형제가 쓴 것도 있음), 세부적인 줄거리에 관해선 각 지역마다 버전이 다 다르며 '해피 엔딩'과 '비극적 결말' 버전이 각각 존재한다.

- <빨간 망토(=빨간 모자)새드 엔딩 버전(간단 요약) -

옛날 옛날.. '빨간 망토'를 쓴 꼬마 소녀가 있었는데, 어느 날 할머니 집에 심부름 가기 위해 숲을 지나다가 늑대를 만나게 되었다. 빨간 망토 소녀로부터 행선지를 알아낸 그 늑대는 지름길로 달려가 먼저 할머니 집에 도착한 뒤 '할머니'를 잡아먹어 버렸다. 원래는 행선지를 가르쳐 주면 안되고 '늑대'를 경계해야 하는데, 순진한 소녀가 그만 바른대로 말해버린 것이다. 뒤이어, 할머니 집에 도착한 후 '위장한 늑대'에 대한 경계를 느슨하게 하던 '빨간 망토 소녀'마저 결국 그 늑대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 <빨간 망토(=빨간 모자)> 해피 엔딩 버전(간단 요약) -

'해피 엔딩 버전'에선, 사냥꾼이 '늑대에게 잡아먹힌 할머니와 빨간 망토 소녀'를 구해낸다는 이야기가 추가되었다. 늑대의 행적을 수상하게 여기던 한 사냥꾼이 그의 배를 갈라 보았더니 빨간 망토 소녀와 할머니가 살아 있었다는 결말~(이 '해피 엔딩 버전'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 존재한다.)

<늑대와 빨간 망토 소녀> 동화의 교훈이라면 '낯선 이를 경계하라~' 정도 될까..? 우리 나라에도 이 비슷한 내용의 전래 동화가 존재한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란 동화인데, 여기엔 무서운 '늑대' 대신 '호랑이'가 등장한다. 굶주린 호랑이가 떡장사 하러 나간 오누이의 엄마를 잡아먹은 뒤, 그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엄마 옷으로 위장했지만, 손에 털이 나 있는 호랑이'를 수상하게 여긴 오누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 하늘에다 대고 "동아줄을 내려 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이에 친절한 옥황상제 아저씨가 '튼튼한 동아줄'을 내려 주셨고, 오누이는 무사히 하늘 나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뒤따라온 호랑이도 동아줄을 내려 달라고 기도했는데, 옥황상제가 이번엔 호랑이에게 썩은 동아줄을 내려 주었다. 그것도 모르고 '썩은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던 호랑이는 중간에 줄이 끊어져서 떨어져 죽게 된다. 그 후, 하늘 나라로 올라간 오누이는 각각 '해'와 '달'이 되었다..(이 오누이는 그나마 '수상한 호랑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기에,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서양의 <빨간 망토> 이야기든, 한국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이든, 민간에서 구비 전승되던 설화인 건 마찬가지이다. 지역이 많이 다름에도, 비슷한 유형의 스토리가 존재한다는 게 참 신기하다. 어떤 동화에도 나름의 '메시지'나 '교훈'은 있게 마련인데, <빨간 망토> 얘기를 널리 알린 프랑스 동화 작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 버전은 특히나 '이중적인 사람을 경계하라~'는 교훈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쓴 동화 오리지널 버전은 '착한 사람으로 위장한 늑대'가 '상대를 잡아 먹으려던 자기 본심'을 숨긴 채 온갖 친절을 베풀며 '순진한 빨간 망토 소녀'에게 접근한 뒤, 그녀의 할머니를 잡아먹고.. 뒤이어 또 사기를 쳐서 그 빨간 망토 소녀마저 잡아 먹는다는 '비극적 내용'으로 마무리 되었던 것-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데, 세상엔 상대방의 '친절한 겉모습'에 혹하여 그를 쉽게 믿어 버리다가 뒷통수 맞는 사례들이 꽤 있다. 그 친절한 사람이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면 상관없지만, 세상엔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도 많은 것이다. 샤를 페로의 동화 <빨간 망토와 늑대>는 그렇게 감언이설로 상대방을 속이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경계하라~' & '낯선 사람을 너무 믿지 마라~' 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건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도 큰 '교훈'이 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