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모차르트의 처형이 된 첫사랑 여인 '알로이지아'

타라 2011. 3. 10. 21:55
'모차르트의 삶'을 단조로운 나열형으로 보여주다 보니 짜여진 '스토리 라인'이 되게 훌륭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락 오페라(Mozart L'Opera Rock)>가 꽤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로 '그 안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들에게 비교적 감정 이입이 잘된다~'는 대목을 들 수 있다.

어떤 뮤지컬들을 보면 '남자 주인공 & 여자 주인공에게 당췌 감정 이입이 안되거나, 주연 캐릭터가 오히려 얄밉게 느껴지는 경우' 또는 '캐릭터 자체가 너무 특징 없이 밋밋하고 전형적이거나 무매력인 경우'도 있는데,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록 오페라>는 '남성 캐릭터' 뿐 아니라 '여성 캐릭터'들도 나름 특징 있게 잘 빠졌다는 생각이다.

알로이지아 첫 등장 장면 /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락 오페라'

예전에 모차르트(Mozart)의 성향이나 심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는 '모차르트 편지 모음' 책을 보구서 이 모차르트가 꽤 짠하게 느껴졌던 경험이 있는데, 거기엔 작곡가 모차르트의 '아담한 키'도 한 몫 했다. 실존 인물 '모차르트'는 비교적 키가 작은 편이었는데, 난 그 '쪼끄마한 모차르트'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가족들을 부양하려고 하는 모습이 참 애잔하게 느껴졌다.

이 인물이 '기골이 장대하고, 체격 조건이 참 좋거나, 남자로서 큰 키였다면 결코 느껴지지 않았을 애잔함'이다..(모차르트가 썩 경제 관념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불필요하게 돈을 낭비한 것도 있지만, 어쨌든 그는 '병치레 잦았던 아내 콘스탄체를 돌봐줘야 했던 남편 & 중간에 몇 명 죽기는 했지만 여러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가족의 생활을 책임져야 했던 '가장'이기도 했다.) 실제로 모차르트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서도, 겉모습이 '왜소하다'는 이유로 사회에 나가서 애 취급 받거나 무시당한 적이 있다.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초연 & DVD 주인공인 미켈란젤로 로콘테(Mikelangelo Loconte)는 실존 인물 모차르트와 비슷하게 키가 살짝 아담한 편인 데다가, 극과 극을 왔다리 갔다리 하는 '모차르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잘 보여주는 등 연기력이 괜찮은 편이었기에 '오, 내가 책(모차르트 자필 편지)에서 느꼈던 모차르트랑 비슷해~' 하면서 쉽사리 이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할 수 있었다.

알로이지아에게 반하는 모차르트
/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락 오페라'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여성 캐릭터들도 꽤 인상 깊었는데, 비슷한 소재를 담은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엔 딱히 '알로이지아'란 인물이 '비중이 큰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지 않지만,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선 '콘스탄체'와 더불어 '알로이지아' 캐릭터도 꽤 비중 있게 등장한다.

결국 모차르트의 부인이 된 콘스탄체 베버(Constanze Weber)의 친언니인 알로이지아 베버(Aloysia Weber)는 모차르트의 '실질적인 첫사랑'이기도 하다. 물론 그 이전에도 모차르트가 가볍게 사귄 여자들은 있었지만, 그가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진지하게 사랑했던 첫사랑은 '알로이지아 베버'라 할 수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 락 오페라> 1막에서 이 '알로이시아' 캐릭터가 'Bim Bam Boum(빔 밤 붐)'이란 솔로곡을 부르는데, 음반 버전으로 들었을 땐 이 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나 '청각+시각적 요소까지 결합'된 DVD 공연 실황을 보면서 참 멋지다고 생각하며 반한 장면이다.

엄마와 함께 고향을 떠난 모차르트가 '베버 부부'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그들의 자녀인 '베버가의 딸들'을 차례차례 소개받게 되는데, 이 <Bim Bam Boum> 장면은 '알로이지아 베버의 등장'을 상징적으로 처리하면서 '모차르트가 오페라 가수인 알로이시아에게 반하는 대목'을 묘사한 장면이다. 몽환적 느낌의 파란색 조명이 참 인상적이며, 뒤에서 춤추는 댄서들의 춤도 우아하고, 노래하는 인형 같은 느낌으로 중앙에 서 있는 '알로이지아'를 돋보이게 처리한 대목이나 '온 세상이 멈춘 듯, 그런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차르트'의 모습을 굉장히 세련되게 잘 묘사한 장면 같다.


알로이지아(Melissa Mars) - Bim Bam Boum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락 오페라'


이렇게 만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알로이지아 베버'는 잠깐 사귀지만, 나중에 모차르트가 알로이지아에게 차이게 된다.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락 오페라> 1막 마지막 장면은 타지에서 병으로 어머니를 잃은 데다가, 일도 잘 안 풀리고, 첫사랑에게까지 차이는 등 '갈 데까지 몰린 모차르트'가 슬퍼하면서 부르는 '실연송'으로 채워진다.(이 때 부르는 1막 엔딩의 모차르트 실연송 'Je Dors Sur Des Roses'가 내 취향의 노래여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모차르트를 차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 간 알로이시아'가 그리 얄밉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실제로도, 이 뮤지컬 안에서도...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락 오페라> 속 '알로이시아' 캐릭터는 조금 새침하게 나오는데, 전형적으로 예쁜 배우는 아니지만 해당 배우가 지닌 오묘한 매력으로 이 캐릭터 자체가 꽤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듯 보였다.


이 작품에선 1막과 2막에 각각 '콘스탄체와 알로이지아가 함께 노래하는 장면'이 들어가 있을 만큼, 이 '모차르트의 여자들 or 베버가의 두 자매' 장면이 은근 비중 있게 나온다. 이 두 여성 캐릭터의 '특징'이 현저하게 갈려서 참 흥미로웠다.

언니 알로이시아에게 '메롱~'을 날리는 콘스탄체 & 새침한 알로이지아 / '모차르트 락 오페라'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락 오페라(Mozart L'Opera Rock)>에 나오는 '콘스탄체'는 수더분한 외모에 천방지축으로 보이면서 나름 귀엽게 느껴지는 인물이고, 그녀의 친언니인 '알로이지아'는 혼자 약간 고상한 척 하는 새침한 캐릭터처럼 느껴졌다. 맨 처음에 베버가의 딸들을 알게 된 모차르트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성악가 알로이지아'에게 반하고 둘이 사귀게 되는데, 그 때부터 모차르트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걸로 보이는 콘스탄체는 남몰래 가슴앓이를 한다.

1막 마지막에 가면 모차르트가 알로이지아에게 차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2막에서) 다시 그가 '베버가'와 인연을 맺으며 그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되는데.. 그 시기에 다시 재회한 콘스탄체(Constanze)와 모차르트(Mozart)는 친구처럼 지내다가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리곤 결국 '결혼'에 골인하는데.. 이 극 안에 나오는 '콘스탄체'가 은근 재미나고 익살스러운 인물이어서 그런지, 콘스탄체가 오랜 짝사랑을 끝내고 모차르트에게 청혼 받았을 때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사랑의 결실'을 이룬 콘스탄체를 보며, 마치 자기 일인 것마냥 좋아하던 프랑스 관객들~)

모차르트와 알로이지아
/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락 오페라'

애초에 언니인 '알로이시아'가 '모차르트'를 찼기에 동생인 '콘스탄체'가 그와의 사랑을 이루고 결혼할 수 있었던 건데, 그런 걸 떠나서 '모차르트를 차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간 알로이시아'가 별로 얄밉지 않고 이해됐던 건 그녀의 선택이 나름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결혼'은 냉혹한 현실이다..;;(알로이시아 베버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고난이도의 곡을 아주 훌륭하게 소화한 오페라 가수'였기에 모차르트가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물론 그녀의 개인적인 매력도 있었겠지만...)

실제 기록을 보면 모차르트는 결혼까지 생각할 만큼 '알로이지아 베버'를 많이 좋아했지만 그 사이 그가 다른 지역에 가게 됨으로써 둘이 한동안 떨어져 지냈으며, 사랑을 이루기엔 뭔가 '타이밍'이 좀 맞지 않았고, 둘이 재회했을 땐 그가 일적으로 비리비리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알로이시아가 별로 모차르트를 '현실적인 신랑감'으로 여기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때는 그저 모차르트를 '어린 남자'라고만 생각했던...

모차르트를 차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 버린 알로이지아


당시의 '알로이지아'는 한동안 떨어져 지내다가 재회하게 된 '모차르트'를 별로 반기지 않았고, 결국 자기 집안에 도움 될 만한 '배우이자 아마추어 화가였던 요제프 랑게(Joseph Lange)'와 결혼해 버렸다. 그 후 모차르트가 알로이시아의 여동생인 콘스탄체와 결혼하면서 둘은 '사돈지간'이 되었는데, 모차르트의 결혼 후 이 쿨한 인간들은 과거의 일은 잊고 '음악적인 협력자'로서 그 나름대로 잘 지냈다고 한다.

또한.. 모차르트는 '콘스탄체'와 꽤 죽이 잘 맞았던지, 그녀야말로 자신의 천생배필이라 생각하며 부인에게 잘해 주었다.(콘스탄체와 결혼할 당시엔, 베버가의 딸들 중 '콘스탄체'가 심성 면에서 제일 낫다며 예전에 좋아했던 '알로이시아'를 진지하지 못하고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여성이라고 까기까지..;;)

어쨌든 '첫사랑 여인'에서 결국 '처형'의 관계로 돌아선 알로이지아 베버(Aloysia Weber)는 남녀 간의 관계를 떠나 모차르트(Mozart)의 작곡 인생에 있어 나름 중요한 인물이었으며, 모차르트는 '콘스탄체'와의 결혼 후에도 '알로이시아'를 위한 곡을 많이 작곡했다. 1788년 빈에서 <돈 지오반니>가 초연되었을 때, 모차르트의 이 오페라 공연에 처형인 알로이지아가 출연하기도 했었다.

오페라 가수였던 실존 인물 '알로이지아 베버'


작곡가 모차르트 시절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였던 알로이지아 베버(Aloysia Weber)는 독창적인 음색을 지녔을 뿐 아니라, 음악적 지식도 무척 풍부한 성악가(오페라 가수)로 알려져 있다.

당시의 모차르트에겐 좀 안된 일이었지만, 결혼할 때 요셉 랑게가 알로이시아를 신부로 맞이하면서 베버 가문에 많은 보탬을 준 걸로 봐서 '모차르트가 아닌 다른 남자'를 배우자로 선택한 그녀가 그 시기엔 나름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 자기 혼자 몸만 생각하지 않고, 친정을 일으켜 세우는 데에도 관심이 많았던... 


결혼할 당시 아버지를 잃은 알로이지아가 <어머니 & 나머지 자매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했다고 하니, 그녀가 한동안 떨어져 지낸 '(마냥 애 같은데다가, 별다른 비전도 보이지 않았던) 모차르트' 대신 '다른 능력 있는 남자'를 선택한 걸 영 욕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로이지아 베버에 의해 실연 당한 모차르트가 잠시 슬퍼하긴 했지만, 알로이지아가 1780년에 결혼하고(요셉 랑게랑) 모차르트가 그로부터 1년 뒤인 1781년에 콘스탄체 베버랑 약혼하고 이듬해인 1782년에 결혼했으니, 첫사랑의 후유증이 그리 크지만은 않았던 듯하다.. 결혼 후 이 두 부부는 나름 잘 지낸 것 같으며, 알로이시아 남편인 '요제프 랑게(Joseph Lange)'가 동서인 모차르트(Mozart)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현재 남아 있는 '콘스탄체(Constanze)'의 초상화도 요젭 랑게가 그린 것이다.

베버가 딸들은 비교적 오래 살았는데, 말년엔 알로이지아와 콘스탄체 & 그녀들의 또 다른 자매인 소피, 이 '세 자매'가 함께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비록 '모차르트'와 이성 관계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음악적 협력자'로서 서로에게 많은 영감을 준 '모차르트와 알로이시아'의 관계가 꽤 흥미롭게 느껴진다..


모차르트 곡 '밤의 여왕 아리아' 원조 오페라 가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