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바람둥이 신 '제우스'로 인한 '이오'의 수난

타라 2011. 2. 23. 17:55
'그리스-로마 신화'를 보면 웬만한 소설이나 드라마보다 재미난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올림푸스 신들의 세계도 인간 세계랑 별반 차이점이 없는지, 요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스런 내용도 흔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신화 속에 나오는 신들이 한 수 더 뜨는 것 같다.

지난 번에 인간 미소년 '가니메데스(Ganymedes)'를 납치하여 시동으로 삼은 제우스 신에 관한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실은 신들의 제왕인 이 '제우스'가 집적거린 대상이 한 둘이 아니다. 그는 올림푸스 '신들의 제왕'일 뿐 아니라, '불륜의 제왕'이기도 했다.

제우스(Zeus)는 '결혼과 출산의 여신인 헤라(Hera)'와 결혼한 유부남이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하도 바람을 피워대 정실 부인인 헤라와의 부부 싸움이 잦았다. 신화나 화가들의 그림 속에서 '헤라'는 남편이 사랑한 여인들이나 그 사이에서 난 사생아를 핍박하는 비정한 여인네로도 자주 등장한다. 결과적으로 제우스 신에게 찜 당한 여자들이 불쌍한데, 그들은 바람둥이 절대 권력자인 제우스와 그의 마눌 헤라로 인해 엄한 고생을 해야 할 때도 많았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이오(Io)'-

존 호프너(John Hoppner)의 그림 '제우스와 이오'

인간 세상에 나온 제우스 신은 어느 날, 강가에서 꽃 따고 있던 '이오'를 보구서 첫눈에 반해 버렸다. 그는 이오에게 대시했으나 그녀가 놀라 도망치자, 구름으로 변신하여 자신의 욕망을 달성한다.(이오가 방심한 틈을 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그 때 '갑자기 먹구름이 이는 걸로 봐서 자신의 남편이 또 바람 피우고 있는 거라 의심한 헤라'가 나타났고, 제우스는 그녀가 도착하기 전에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켰다.

하지만 눈치 빠른 헤라는 이내 그 암소가 '남편 제우스에게 생긴 새로운 여자'란 사실을 알고서, 모르는 척 하면서 그 '암소(=이오)'를 자신에게 선물하라고 졸랐다. 제우스는 불륜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암소를 부인 헤라에게 주었고, 암소를 차지한 헤라는 남편이 다시 그녀와 바람 피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 100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를 시켜 밤낮으로 그 암소를 감시하게 했다.(졸지에 말도 못하는 '암소'로 변해버린 '이오'는 무슨 죄란 말인가..? ;;)

지우세페 카데스(Giuseppe Cades)의 그림 '제우스와 헤라, 암소로 변한 이오'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된 '이오'가 마음 쓰인 제우스 신은 헤르메스를 불러 아르고스를 죽이라 명했다. 아름다운 피리 소리로 아로고스를 매혹시킨 헤르메스는 그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 아르고스의 목을 베어 버렸고, 그 사실에 화가 난 헤라는 이오를 순순히 놓아주지 않고 이번엔 '동물 피를 빨아먹는 등에'를 그녀에게 보냈다. 암소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이오는 헤라가 보낸 등에를 피해 세계 여러 지역으로 도망다녀야만 했고, 그리스에서 이집트까지 쫓겨가게 된다.

사실 이오는 애초에 제우스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그와 바람 피울 의사가 없었는데, 자신에게 반한 제우스와 그것을 질투한 제우스 부인 헤라로 인해 엄한 이오(Io)만 엄청난 개고생을 해야만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제우스는 자신으로 인해 이오가 그런 지경에까지 이르자 결국 부인 헤라에게 '더 이상 이오를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고, 이오는 간신히 암소에서 원래의 자기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엄한 이오를 괴롭힌 본부인 헤라(Hera)가 좀 표독스럽긴 하지만, 애초에 '원인 제공'을 한 건 유부남의 처지에서도 끝없이 바람을 피운 제우스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 부부의 바람기와 질투로 인해 멀쩡하게 잘 살고 있던 이오(Io)가 안해도 될 고생을 해야만 했는데,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의 제왕 '제우스(Zeus)'가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여 무분별한 바람을 피움으로써 여러 인물들의 삶을 심히 피곤하게 만든 것 같다. 어떤 면에서 보면 '민폐 제우스'이기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