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아웃사이더들의 사진 작가 '다이안 아버스'

타라 2011. 2. 13. 21:55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는 평범한 사람들 보다는 장애자나 정신지체자, 동성애자 등 사회 속에서 약간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 모습을 주로 찍은 미국의 '여류 사진 작가'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나 결혼 후 남편과 같이 패션 사진 활동을 했던 그녀는 37세 무렵부터 '예술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1967년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개최된 합동전 <뉴 다큐먼트전>을 통해 주목받게 되었다.

Diane Arbus(1923~1971)


대체로 이름 난 예술가들의 삶은 평탄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다이앤 아버스(Diane Arbus)의 그것 역시 나름의 고난이 있었던 모양이다. 외할아버지가 백화점 사장으로, 부잣집에 태어나 한평생 럭셔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던 '다이앤 아버스'는 좋은 외모와 지적 능력 & 예술적 재능을 지닌 엄친딸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예측 불허고, 이렇게 (남들 보기에)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사람도 그 생활에 만족을 못하는 경우가 생겨나곤 한다.

사실.. 가난한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돈 많은 재벌 or (그 옛날) 왕자와 공주의 삶이 남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할 것 같지만, 과거의 많은 사실들이 꼭 그렇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준다. 맨날 그 풍요로운 생활에 젖어있는 사람들은 그런 날들이 쭉~ 지속되다 보면, 별로 그게 소중한 줄 모르게 마련이다. '반복되는 생활'은 인간이 그런 것들에 무디어지도록 만들어 버리니 말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새로운 관심사에 목 말라하거나 가끔 우울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던 다이안 아버스는 어느 날 '가난한 백화점 직원이었던 앨런 아버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앨런 아버스가 배우 지망생이라 외모는 참 좋은 편이었지만, 백화점 재벌인 다이안 집안에선 당연히 그 가난한 청년과의 교제를 반대했고 그럼에도 다이안은 집안 반대를 뚫고 앨런과 결혼해 버렸다.


이런 류의 <재벌 아들과 가난한 집 딸의 결합> or <부잣집 딸과 가난한 청년의 집안 반대를 무릅쓴 결혼> 스토리는 한 때 우리 나라 드라마에도 단골로 나왔던 소재인데, 보통은 부잣집 쪽에서 부모를 어긴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끊는 경우가 많다. 졸지에 사랑하는 자녀를 탐탁치 않은 상대에게 빼앗긴 그 재벌가에선 "네가 감히 이제껏 애지중지 길러준 부모의 뜻을 거스르다니.. 살아보면 사랑이 전부가 아니다. 어디 냉혹한 세상에 나가서 한 번 고생해 봐라~" 이런 류의 뒤끝을 발휘하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지원 없이도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던 다이안과 앨런은 행복했고, 같이 '패션 사진' 일을 하면서 잘 지냈다. 그런 나날이 평생 지속되면 좋겠지만, 대체로 인간 세상에서 '남녀 간의 사랑'이란 건 영원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패션 사진계에 흥미를 잃고 자신의 최종 목표인 배우 수업(연기 수업)에 다시 몰두하기 시작한 다이안의 남편 앨런이 다른 젊은 여자랑 바람이 났고, 그로 인해 다이안 아버스는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그와 이혼하게 된다.

자신의 사진 교사이자 평생의 멘토였던 리제트 모델(Lisette Model)의 영향으로 '패션 사진'에서 '순수 사진'계로 전환한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는 그 후 자신만의 독특한 사진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세상엔 일부러 '아름다운 인물/보기 좋은 풍경'을 찾아가서 찍는 사진 작가들이 많지만, 그 시기의 다이안은 세속적인 사회 기준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자신의 프레임 안에 담길 원했다. 난장이나 거인, 다운증후군 환자 등 신체적으로 기형인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기형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 여장을 즐겨 하는 게이, 나체주의자, 성 도착자, 정신병자 등등 그녀가 주로 다뤘던 사진 속 인물들은 일반인들 관점에선 결코 정상적이거나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 미국의 여류 사진 작가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의 작품 세계 ]








개인적으로 '다이안 아버스'의 작품들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녀의 사진엔 선천적으로 기형인 사람들이 주로 등장하는데, 타인들의 평가(불쌍하다, 혐오스럽다, 우스꽝스럽다 등등..)와는 달리 정작 사진 속 그들의 모습에선 자신들이 정상인(으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한 태도가 엿보일 때가 많았다.

이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 작가 다이안 역시 어설픈 동정의 시선을 던지거나 '나는 정상인, 저들은 비정상인' 식의 상반된 위치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그들 모습'을 인정해 주고 세속적인 관점에서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채 그들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의 사진들을 보면서 참 오묘한 느낌을 받곤 한다. 사실 '정상~ 비정상~' 이런 개념도 사람들이 임의로 정해놓은 잣대에 불과하다. 이 세상엔 '겉보기엔 얼핏 정상 같아도, 알고 보면 뭔가 기형적이고 충격적이고 미친 것 같은 현상 & 대상'들이 꽤 많기에, 때론 그런 세속적인 잣대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종종 어떤 철학자들이 '따지고 보면 인간들이 엄청난 중요성을 부과하는 이승에서의 삶 자체가 별거 아니고, 인생은 꿈과 같은 거야~' 식의 말을 하곤 하는데, 세상이 정해놓은 정상/비정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세속적 관점에서 기형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무심한 듯 가감 없이 담아낸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의 작품을 들여다 보면서 때론 야릇한 숭고함을 느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