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2011.01.02 23:15

사람에 따라서, 각자가 선호하는 인간 유형에 대한 평가 기준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기보다 강한 사람한텐 비굴하게 굴고, 약한 사람들 앞에선 자기가 뭐 되는 줄 알고 으시대면서 강자처럼 구는 유형의 인간'을 정말 싫어한다. 수많은 이들이 그런 사람을 두고 '찌질하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 반대로 '힘 있는 사람들 앞에서 비굴하게 굴지 않으면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은 진짜 '멋진 사람'이 아닐까 싶다. 역사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위인들 중에서도, 후자 쪽의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었다.

Kathe Kollwitz(1867~1945)

독일의 '여류 판화가'였던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 역시 그런 유형의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일찍이 미술 공부를 시작한 뒤 20대 초반에 의사와 결혼한 그녀는 26세 무렵 <직조공들>이란 연극을 보구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독일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에 관심 갖게 되었으며, 이후 사회적 약자들의 삶과 애환을 주로 묘사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당시 베를린에 살았던 케테 콜비츠는 의사인 남편과 함께 빈민 지역에 '무료 진료소'를 열고 예술 활동과 함께 의료 자선 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그녀의 대표작으로 <직조공들의 봉기>란 시리즈물이 있는데, '병 들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던 케테 슈미트 콜비츠(Kathe Schmidt Kollwitz)는 4년 간 '탐욕스런 사업가들에 의해 착취 당하고 억압 받는 직조공 가족의 치열한 삶과 비루한 현실'을 담담하게 묘사한 이 연작 판화 제작에 매달렸다. 1900년대에 접어들어선, 몇 년 간 '16세기에 실제로 있었던 독일 농민들의 투쟁'을 소재로 <농민 전쟁>이란 작품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 민중 회화의 대모, 독일의 화가/조각가/판화가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의 작품들 ]

직조공들의 봉기 中 '빈곤'

직조공들의 봉기 中 '폭동'

'독일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다'

농민 전쟁 中 '돌격!'

전쟁 연작 中 '어머니들'

'부모'

'씨앗을 짓이겨서는 안된다'

'전쟁은 이제 그만!'

1914년 제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고, 그 때 둘째 아들을 잃게 된 케테 콜비츠는 자식을 잃은 비통한 마음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으며, 이후 반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많이 쏟아내었다.

1919년 케테 콜비츠는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프로이센 예술 아카데미'의 회원이 되었는데, 1933년 히틀러와 나치당이 집권하게 되면서 그녀는 신변의 위협을 받고 '프로이센 예술 아카데미'에서도 탈퇴하도록 강요받거나 전시회 활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되었다. 그 시기에 '죽음' 관해 많은 생각을 하던 콜비츠는 1934년부터 석판 연작 <죽음(Tod)>을 작업했으나, 당국의 방해로 작품전을 열지는 못했다.

1940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1943년 노르트하우젠으로 강제 이주 당한 케테 콜비츠는 1945년 종전(제 2차 세계 대전 종료됨)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7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무척이나 안타깝게도, 그녀가 남긴 많은 작품들이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폭격에 의해 소실되기도 했다.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을 멈추고 망각한다면, 언젠가 또 우리는 '당신의 아들이 전사했습니다'란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이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살인, 거짓말, 부패, 왜곡.. 이 모든 악마적인 것들에 이젠 질려 버렸다. 나는 예술가로서 이 모든 것을 감각하고, 감동하고, 밖으로 표출할 권리를 가질 뿐이다~"
"나의 작품 행위에는 목적이 있다. 구제 받을 없는 사람들.. 상담도 변호도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진정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의 인간들을 위해, 한 가닥의 책임과 역할을 담당하려 한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 '영혼의 고매함'이나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할 줄 아는 정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엔 '수단 방법 안 가린 채 남을 누르고서라도 나 하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돼지~'란 편협하고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부자들이 많은데, 그런 인생은 '단조로운 동물(짐승)의 삶'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좀 더 넓게 세상을 둘러보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타인들의 처지'를 다 아우르며 '함께 잘 살기 위해 고민하는 삶'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고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나름 있는 집에서 잘 교육 받았으며, 평생 부유하게 살 수 있는 의사 남편을 두었음에도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의 처지'에 관심 갖고 그것을 작품으로 녹여내어 그들의 실상을 사회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을 하면서 '착취와 억압의 삶을 살아가는 민중의 답답함'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작품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 & 모두가 억압 받지 않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꿨던 판화가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는 예술계의 체 게바라이자, 진짜 의미 있는 삶을 살다 간 여성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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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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