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뮤지컬(musical)'은 별로 대중적이지 못한 장르였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 후반에 <스타마니아(Starmania)>가 만들어지면서 잠깐 흥했지만, 이후 마땅한 후속타가 터지지 않고 있다가 1998년 <노트르담 드 파리>가 흥행한 데 이어 <십계>의 탄생으로 확고한 '뮤지컬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 뒤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빅 히트치면서 '프랑스 3대 뮤지컬'이 탄생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프랑스 3대 뮤지컬 시리즈' 기획 포스팅을 하는 이유 중에 뮤지컬 <십계(Les Dix)>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픈 마음이 약간 들어가 있다. 이제껏 프랑스 뮤지컬 <십계>는 <노트르담 드 파리>나 <로미오 앤 줄리엣>에 비해 내겐 많이 찬밥인 작품이었다. 굳이 나 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공평하게 2차례 씩의 내한 공연을 가진 바 있는 '프랑스 3대 뮤지컬' 중에 <십계>는 관객 동원이나 한국 팬들의 '호응도' 면에서 전자들에 비해 다소 홀대받는 경향이 있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나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해 팬수도 적고, 개인 사이트나 커뮤니티 반응도 저조한 편이었던...

한 때 '내한 공연'을 가졌었기에 프랑스 뮤지컬 <레 딕스 십계(Les dix Commandements)>의 공연 실황 DVD는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발매된 바 있는데, DVD 버전을 보고 <십계>가 다른 '프랑스 3대 뮤지컬'에 비해 재미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고 나도 그 중 한 명이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십계> 공연 실황을 다시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 면면을 꼼꼼히 따져보니, <십계> 역시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에 비해 극적인 재미나 질적인 면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몇 년 전 <십계> DVD를 되게 지루해 하며 본 기억이 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 때는 이 뮤지컬 안에 나오는 '음악(노래들)이 너무 생소하게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당시엔 정말, 커튼콜 용으로 따로 작곡된 이 뮤지컬 최대 히트곡 'L'envie d'aimer(사랑하고픈 마음)' 외에는 별로 강렬하게 귀에 꽂히는 곡이 없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안에 나오는 본 공연 수록곡 'Le temps des cathedrales(대성당의 시대)'나 '아름답다(Belle)',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의 '세상의 왕들(Les rois du monde)', '사랑한다는 건(Aimer)', '베로나(Verone)' 등이 처음부터 무척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에 반해서 말이다.

그러다가, 지난 달엔가.. 프랑스 뮤지컬 관련한 다른 포스트의 댓글란을 통해 타 블로거분과 <레 디스 십계(Les dix)> 커튼콜 노래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가 삘 받아서 며칠 내내 L'envie d'aimer만 들은 적이 있다. 그 후 <십계>의 본 공연 안에 나오는 다른 노래들에도 도전해 보게 되었는데, 의외로 <십계> 수록곡들이 전반적으로 다 너무 좋은 것이었다. L'envie d'aimer(랑비 데메)는 당연히 좋고...

2002년 '프랑스의 노래'로 선정되었던 L'envie d'aimer(사랑하고픈 마음)
by 초연 '모세' 다니엘 레비(Daniel Levi) / 프랑스 뮤지컬 <십계>의 대표곡

프랑스 뮤지컬 <십계> 안에 나오는 노래들이 총 30여 곡 정도 되는데, 내가 최근에 접한 <십계> 음반은 그 중 엑기스 곡들만 모아놓은 '14곡 짜리 하이라이트 음반'이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나 <로미오 앤 줄리엣> 음악은 이제 너무 많이 들어서, 최근 들어 뭔가 '새로움'을 추구해 보고싶은 차원에서 전에 별로 즐겨 듣지 않았던 (생소한) <십계> 음악을 골랐다. 그런데 파스칼 오비스포(Pascal Obispo)가 작곡한 이 음반 수록곡은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버릴 곡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전부 듣기 좋았고, 최근에 듣고 있는 다른 불어권 뮤지컬 노래들과 비교해도 전혀 빠지는 게 없는 훌륭한 곡들이었다.

그 좋은 노래들이 몇 년 전 DVD 공연 실황으로 처음 접했을 땐 왜 전혀 좋게 들리지 않았을까..? 나에겐 이것이 하나의 '미스테리'처럼 느껴진다. ;; 어쨌든.. 최근 들어 프랑스 뮤지컬 <십계> 하이라이트 음반으로 이 작품의 전반적인 수록곡들을 귀에 익힌 후 <십계> DVD에 다시 도전해 봤는데, 몇 년 전에 느꼈던 지루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어떤 면에선 <노트르담 드 파리>나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해 '강약 조절'이 더 잘되어 있는 빼어난 극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 몇 년 사이 내 취향이 좀 바뀌었거나 경험치가 예전에 비해 늘어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십계>는 예전에 느꼈던 것과 달리 '프랑스 3대 뮤지컬' 반열에 충분히 들 만한 작품이었다 생각된다..


당시 영화 감독하다가 처음 뮤지컬 작업을 하게 된 엘리 슈라키(Elli Chouraqui)가 연출을 맡고 한 때 '대통령 공로 훈장'도 받은 바 있는 파스칼 오비스포(Pascal Obispo)가 작곡을 맡은 <레 디스 : 십계>는 알베르 코헨(Albert Cohen) & 도브 아티아(Dove Attia) 콤비가 만든 작품이며, 안무가 출신인 카멜 우알리(Kamel Ouali)도 스텦으로 참여했다. 이들 <십계> 스텦들은 그 후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Le Roi Soleil)>이라든가 (최근 들어) <클레오파트라(Cleopatre)> <모차르트 락 오페라(Mozart L'Opera Rock)> 등 손 대는 작품들마다 줄줄이 흥행 대작으로 만든 최강 제작자들이기도 하다.

프랑스 뮤지컬 <십계(Les dix Commandements)>는 구약 성서에 나오는 '출애굽기'에서의 일부 내용을 '모티브'로 가져와 영화 <십계>나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 소설 <람세스>에서처럼 약간의 '창작적 요소'를 가미한 작품이다. 이 뮤지컬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종교적 요소가 가미된 스토리'를 가져 왔으면서 그걸 전혀 '종교적'으로 풀어내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작품은 모든 인간들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 내면적 방황이나 고뇌 등에 치중하고 인간 세상에서의 보편적인 미덕인 형제애나 민족애, 자유, (남녀 간의 애정 말고) 사랑 등을 강조한다. 다른 장르를 통해 익히 알려진 내용을 가지고 종교인 or 비종교인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범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예술적'으로 녹여냄과 동시에, 전반적인 음악적 요소라든가 무대 미학의 차원에서 많은 미덕을 보이며 스펙터클한 '거작'과 '대작'의 위엄을 보여준 프랑스 뮤지컬 <십계>는 지금이라도 국내 프랑스 뮤지컬 수요층 사이에서 재평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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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